[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홍진주 마포구고용복지지원센터장
홍 센터장은 상담, 경제지원, 가족지원 등 전통 복지 영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확장된 복지를 추구하기 위해 바쁜 10년을 보냈다. 매너리즘(mannerism)은 느낄 겨를이 없었다.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처음으로 고용복지지원센터를 이끌고 있는 ‘종합예술가’ 홍 센터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선한 영향력·인문학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중요한 건 자립”
홍진주 센터장은 공부에 전념했던 학창 시절에도 막연하지만 ‘선한 영향력’에 대한 소망을 품었고, 인문학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교에서 역사를 전공하던 홍 센터장은 선배로부터 우연히 ‘사회문제론’ 수업을 접하게 된다. ‘사회문제론’은 홍 센터장이 학창시절부터 고민해오던 길을 명확히 제시했다.
이후 관련 수업을 찾아 듣다가 사회복지학을 복수전공하게 된다. 현장실습을 마치고 졸업한 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밟으며 아동, 청소년, 청년, 저소득층 등 취약 계층과 빈곤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해오던 중 이화여자대학교 내부에 있는 종합사회복지관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그는 그 곳에서 지역주민들 중 청소년, 성인들의 자립, 자활을 지원했다. 홍 센터장은 “운 좋고 감사한 경험”이라고 회고했다.
센터는 2007년 9월에 개설됐으며, 지자체가 운영하는 첫 고용복지지원센터다. 마포구가 만들고 이화여자대학교가 위탁운영을 맡고 있다. 홍 센터장은 이 곳에서 근무를 시작한 시점은 2010년 1월이며, 올해로 12년차다. 센터가 일자리 지원에서 가장 높게 추구하는 가치는 ‘자립’이다. 홍 센터장은 “전통 복지에서는 상담, 경제지원, 가족지원의 형태지만 센터에서 지향하는 가치는 복지와 일자리를 결합한 것”이라며 “지원을 받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 마포만보·수리마포·반주자·뷰티풀라이프
홍 센터장은 마포구의 지역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며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 우선 ‘마포만보’는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이른바 ‘로컬 큐레이터’가 외지인들에게 마포구를 소개한다. 로컬 큐레이터들은 전문 훈련을 받아 오디오북 등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고, 사이트에 관광 상품을 게시해 소비자들에게 판매한다. 이 과정에서 전문화와 상품화는 필수다.
‘수리마포’는 지역 내 주거돌봄을 필요로 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집수리 및 관리를 지원하기 위해 시작된 사업이다. 지역주민들 중 주거돌봄 전문가를 양성해 일자리를 만들고, 이들은 지역의 주택관련 의제를 발굴해 주택 생활 개선과 도시재생을 추구한다. 센터에서는 수리마포 활동가를 대상으로 전문성 강화 교육을 진행한다. 교육내용에는 주택 및 상점 점검, 주택 내외부 설비 등 기술 향상 교육과 함께 지역에 대한 이해와 공간 관리, 도시재생에 대한 이해 교육이 포함돼있다.
◇ 맨 땅에 헤딩하는 종합예술가…“함께 만드는 예술 작품”
홍 센터장의 노력은 많은 이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마포만보’는 다른 지역에서 벤치마킹하겠다며 찾아왔고, 홍 센터장은 곳곳에 강의를 나가기도 했다. ‘로컬 큐레이터’는 새로운 키워드가 됐고, 마을여행 검색 사례가 많아졌다.
몇 년전부터는 센터 사업에 공감하는 모 대기업으로부터 큰 금액의 지정후원을 받기도 했다. 홍 센터장은 “우리의 사업과 계획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감동받고, 전문성을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감사했다”며 “덕분에 더 많은 여성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이 위로와 격려가 됐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본인의 일을 ‘종합예술’이라고 표현한다. 매해 격변하는 사회환경과 주민들을 파악해 새로운 걸 기획하고 시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홍 센터장은 “정신 없고 바빴지만 매력적인 10년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때론 맨 땅에 헤딩하는 기분이 들어 두렵기도 했지만 그 과정들이 역동적이고, 당사자들이 변해가는 과정을 보면 힘이 난다”며 “창작의 고통과 함께 예술이 주는 감동을 느낀다. 이것은 우리만 잘해서는 안 되고, 당사자들과 함께 만드는 예술작품”이라고 강조했다.
◇ 제로웨이스트·탄소제로…향후 센터가 걸어가야 할 길
격변하는 사회환경에서 홍 센터장이 주목하는 가치는 ‘제로웨이스트’와 ‘탄소제로’ 등 환경 문제다. 홍 센터장은 “시민들의 일상과 맞닿아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주민들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 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날로 추가되는 신기술에서 지역주민들이 소외받지 않도록 기회를 여는데도 관심이 크다. 그는 “센터 내에서 완결성을 가질 수 없어 지역의 좋은 파트너들, 기업이나 대학과 적극적인 산학 연계를 통해 신기술이 꼭 필요한 취약계층과 어떻게 만나고 기회를 확장할 수 있을 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센터장은 “향후 어떤 걸 하고 있을지, 내가 어떤 곳에서 쓰임 받을 수 있을 지 고민하곤 한다”며 “당장 눈 앞에 놓여있는 사람들, 과제들, 기회들에 집중하고 충실하다보면 센터도, 나도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 믿는다”고 힘줘 말했다.
이은혜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