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그라운드] 국립극단 온라인 극장 시범운영 끝, 본격출범!…저작권 계약과 콘텐츠 차별화 전략은?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1-11-02 18:45 수정일 2021-11-02 18:45 발행일 2021-11-02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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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중고 소재의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국립극단 온라인 극장 개막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고선웅 연출(왼쪽부터), 김광보 예술감독, 임도완 연출, 배우 김명기(사진제공=국립극단)

“대면공연에 대한 계약을 먼저 체결한 후 영상에 대한 별도 저작권합의서를 체결했습니다. 저작권료(사례비)는 국내 타기관 사례를 참고해 대면공연 사례비를 기준으로 일정기간에 대한 고정 요율을 책정했죠. 이는 모든 공연, 파트에 동일합니다.”

1년여의 시범운영을 거쳐 1일 오후 2시 온라인 극장을 정식개관한 국립극단의 김광보 예술감독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에 따른 저작권료 배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며 “온라인 극장 정식운영 진행 후 사례비에 대한 재점검 필요성 또한 검토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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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2시부터 국립극단의 온라인 극장이 정식 개막했다(사진제공=국립극단)

지난해 9월 ‘하지맞이 놀굿풀굿-불꽃놀이’를 시작으로 시범운영했던 온라인 극장을 정식개관하면서 국립극단은 지난해 공연된 ‘스카팽’을 비롯해 올해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파우스트 엔딩’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X의 비극’을 우선 오픈했다. 향후에는 국립극단 신작 ‘소년이 그랬다’ ‘만선’ ‘로드킬 인 더 씨어터’ 등도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국립극단의 온라인 극장이 관객 저변 확대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에 김광보 감독은 “공연 영상이 현장 공연을 대체할 수 있을까 회의도 분명 있다. 연극을 영상으로 제공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영국 국립극장의) NT라이브도 처음 시작할 때는 ‘이를 통해 관객들이 (극장에) 연극을 보러올까’를 걱정했지만 관객들이 늘었다고 들었다. 우리도 더 긍정적 측면에서 현장에 더 많은 관객들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고 의견을 전했다.

“서울을 제외한 지역 등 시공간을 초월해 다수의 관객에게 연극을 소개할 수 있다는 장점도 분명 존재합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에 의한 비대면 시대가 도래하며) 상황 자체가 변하다 보니 영상화 작업을 하게 됐지만 ‘위드 코로나’ 시대가 열려도 지속될 필요성이 있다고 느꼈죠. 온라인 극장으로 그간 현장에서 공연을 관람하기 어려웠던 관람 약자에 대한 극장 문턱을 낮추고 지역 문화격차를 해소하는 등 공공단체로서 국립극단이 해야 하는 역할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온라인 극장 개관과 더불어 공개된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의 고선웅 연출은 “영상이 무대를 대체 가능할까는 여전히 의문”이라면서도 “연극만이 가진 본질을 덜 훼손하면서 영화를 흉내내는 것이 아닌, 연극만의 독창적인 화면이 나올 수 있는 시도를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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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중고 소재의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온라인 극장 개막 기자간담회에서 국립극단은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다중시점을 선보였다.(사진제공=국립극단)

“연극은 대부분 풀샷으로 보여지니 조명, 무대, 음향 등을 그에 맞춰 세팅하고 균형을 잡곤 해요. 하지만 영상은 멀리서만 찍으면 지루하고 평면적이어서 굉장히 어려운 문제 같습니다. (디렉터스컷으로도 선보이는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한쪽으로 들여다보기도, 떨어져서 보기도 하는 것처럼 혹은 우리가 원하는 선택을 하는 느낌이 들게 풀샷으로 따고 들어가는 카메라앵글을 운용하고 구상하면서 진행했어요. 앞으로 영상화하는 작품들을 어떻게, 어떤 시점에서 담을지 고민 중이죠.“

공연영상과 화면해설, 수어통역의 배어프리 버전까지를 선보이는 ‘스카팽’의 임도완 각색·연출도 “영상과 연극을 융합해서 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영화 ‘도그빌’은 세트를 지어놓고 카메라가 따라다니며 연극처럼 만든 작품이다. 연극도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동시에 카메라로도 촬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전했다.

“관객이 영상을 보는 게 아니라 메타포스 플랫폼을 이용해 아바타가 객석에 앉아 관람하면서 재밌으면 웃음을 누르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입니다. 결국 그게 다 돈이더라고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도 연극 제작의 두세배가 들거든요. 국가, 플랫폼 등의 지원이 있다면 한번 해보고 싶어요. ‘갈매기’를 그런 식으로 해볼까 합니다. 이제는 미디어랑 떨어질 수 없는 시대예요. 어떻게 미디어와 융합해 새로운 형식으로 만들어낼까 늘 고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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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온라인 극장에서 배어프리-수어통역 버전의 ‘스카팽’(사진제공=국립극단)

콘텐츠 차별화에 대해 김광보 감독은 “국립극단 온라인 극장은 단순히 공연을 촬영해서 영상으로 서비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객들께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다”며 “대표적인 사례가 배리어프리 서비스가 적용된 영상”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국립극단 온라인 극장을 통해서 국립극단이 만든 공연 영상만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민간극단이나 지역 극장의 우수한 연극 영상 콘텐츠를 소개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부산극단에서 함께 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와 논의를 계획 중이죠.”

이어 김 감독은 “팬데믹으로 우리 연극계는 커다란 위기를 맞았다”며 “국립극단 플랫폼을 통해 다른 단체의 연극 영상을 서비스하면서 장기적으로 상생의 장을 만들어 나가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무수한 경우의 수를 경험했습니다. 때론 좌절하고 희망을 품기도 하면서 공연을 진행해 왔죠. 일상으로 돌아가는 건데 그 길이 왜 이렇게 길고도 먼지 모르겠습니다. 국립극단 온라인 극장을 통해 영상으로 연극을 만난 관객이 극장을 찾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그를 위해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계속 고민하며 발전시켜 가도록 하겠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