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그라운드] 뮤지컬 ‘미인’에는 3, 40년대 이야기와 6, 70년대 록 스타일 그리고 7, 80년대 댄스들이 있다!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1-09-26 18:10 수정일 2021-09-26 21:25 발행일 2021-09-26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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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인
뮤지컬 ‘미인’ 공연장면(연합)

“신중현 선생님 노래들에는 저항정신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런 정신을 살리고 등장인물들을 하나의 방향으로 몰기에 가장 좋은 배경이 일제강점기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의 곡들로 넘버를 꾸린 뮤지컬 ‘미인’(12월 5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대본을 집필한 이희준 작가는 23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극 배경이 일제강점기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신중현의 저항정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미인’은 경성 하림관 가수를 꿈꾸는 강호(윤은오·최민우·현석준, 이하 가나다 순), 그의 형이자 독립운동가인 동경 유학생 강산(박영수·조성윤) 형제와 그들의 가족이나 다름없는 두치(조현우·최호승) 그리고 부유한 집안의 시인 병연(여은·장민제·제이민) 등의 이야기다.

2018년 대극장 버전으로 초연됐던 뮤지컬 ‘미인’은 3년만에 돌아오면서 중소극장극으로 변주됐다. 초연 당시

일제강점기였던  1930, 40년대 해외에서 유행했던 빅밴드, 스윙 등으로 무장했던 ‘미인’은 중소극장극으로 변주되면서 신중현이 활동하던 6, 70년대 영어권 록밴드 스타일 편곡으로 넘버를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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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인’ 창작진. 왼쪽부터 서병구 안무감독, 김성수 음악감독, 이희준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이야기에서 술술 빠져나와서 과거로 다시 돌아오게 되는 레코드 노이즈를 넣은 정도의 변화를 맞았다”고 전한 김성수 음악감독은 “주크박스 뮤지컬에서 가장 중요한 편곡의 역할은 서사의 완성이다. 서사에 도움주는 데 목적을 뒀지만 음악 자체는 소극장스럽지 않다”고 설명했다.

“신중현 선생님에 대한 리스펙트를 표현한 몇 가지 중 하나가 오버추어인 ‘바람’과 하륜관에서 불리는 노래들이에요. 록 르네상스 시절 편곡기법으로 매시업한 작품들이죠. ‘미련’은 다이어 스트레이츠(Dire Straits), ‘꽁초’는 도어스(Doors)의 ‘라이더스 온 더 스톰’(Riders on the Storm), ‘꽃잎’은 애니멀스(Animals)의 ‘하우스 오브 라이징 선’(The House of the Rising Sun) 기법들을 모델로 했어요. ‘가라고 하지 마요’는 영화 ‘펄프 픽션’(Pulp Fiction) 오프닝의 서프(Surf) 록 기타 대가인 딕 데일(Dick Dale) 연주를 패러디했죠.”

이어 “그렇게 음악적 장치가 깔려 있다”는 김성수 감독은 “신중현 선생님께서 ‘꽃잎’은 마음에 들어하실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편곡자로서 제 나름의 책무를 다 할 수 있게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름다운 강산’입니다. 지난 시즌의 ‘아름다운 강산’은 이야기를 멈추고 드라마에 발을 반만 담그고 얘기하는 음악이었다면 이번엔 이야기를 종결시켜야 했어요. 강호라는 인물의 성장을, 초연보다 희망적인 메시지를 어떻게 담을지를 고민했죠. 더불어 병연들이 부른 ‘알 수 없네’ ‘떠나야할 그 사람’ 등은 어쿠스틱 소품으로 편곡해 소극장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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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인’ 출연진(사진=허미선 기자)

3, 40년대 이야기와 6, 70년대 록 스타일 편곡으로 변주된 ‘미인’의 안무는 7, 80년대 유행했던 춤들을 바탕으로 한다. 서병구 안무가는 “신중현 선생님의 노래들은 제가 초등학교 때 유행했던 공전의 히트곡들”이라며 “흑백TV에서 신중현 사단인 펄시스터즈, 김정미, 김추자 등이 노래하고 춤출 때 그걸 보고 배우면서 자랐다”고 추억했다.

   

“그때 노래와 춤을 따라하던 것들이 이번 소극장 버전 안무에 지대하게 영향을 미쳤어요. 그때의 추억을 상기시키면서 수월하고 재밌게 안무했어요. 1970년대 김정미가 춤추고 노래한 고고댄스, 김추자의 춤, 1980년대 디스코 등을 적절하게 섞고 안무에 녹여 좀더 디테일하고 아기자기하게 표현했죠.”

서병구 감독은 “대극장에서는 앙상블들이 주로 안무를 무대에서 구현했는데 소극장에서는 주조연급 배우들이 소화해야 해서 힘들었을 것”이라며 “동작이 바뀌기 보다는 난이도있는 동작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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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인’ 중 마지막 장면인 ‘아름다운 강산’(연합)
“대극장에서 했던 큰 동작이나 장식적 안무를 배제하고 동작들을 경제적으로 이용한 게 특징입니다. 소극장은 관객들이 가까이서 보기 때문에 현장감, 얼굴에서 나오는 표정, 몸의 표현력 등을 바로바로 느낄 수 있게끔, 동작들을 좀더 디테일하게 구성했죠.”

이희준 작가와 김성수 음악감독, 서병구 안무감독은 극의 주제가 되는 넘버로 마지막의 ‘아름다운 강산’으로 꼽았다.

“모든 게 ‘아름다운 강산’으로 모여서 가요. 강호 혼자 서 있긴 하지만 혼자 설 수 있는 용기를 내기까지의 이야기와 사람들의 연결감을 만들 수 있는 장면들이 앞에 있어요. 마지막에 불 붙은 장면이 강호 혼자 선 ‘아름다운 강산’이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