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시진핑의 고육책…中빅테크·사교육 때리기 왜?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21-08-02 07:20 수정일 2021-08-02 07:20 발행일 2021-08-0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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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

 미국과의 패권 경쟁 속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물불 가리지 않는 총력전을 시작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전략적 봉쇄에 맞서 정면돌파를 선언했던 시진핑은 최근 자국을 단속하는 규제의 회초리들을 꺼내 들었다. 하나는 빅테크 때리기요, 또 다른 하나는 사교육 규제다. 이 두 개의 회초리가 최근 국내외 시장을 뒤흔들었다. 중국은 왜 빅테크와 사교육 규제에 나섰을까. 이 여파는 얼마나 지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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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일 중국 상하이의 거리에서 차량호출업체 디디추싱의 모바일 앱이 작동되는 모습. (EPA=연합)

◇ 中빅테크, 왜 규제하나?

중국 정부는 자국의 빅테크 기업을 양날의 칼로 여기고 있다. 미국과의 기술패권 전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자국 IT기업을 육성하려는 의지가 있는 한편으로, 이들이 중국의 체제를 위협하는 비수가 될 가능성도 우려한다.

1일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의 사이버 감독 사령탑인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 산하 기구인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은 최근 차량호출 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직후 인터넷 안보 심사에 들어갔고, 앱 다운로드를 전면 금지시켰다. 이후 화물업계의 디디추싱으로 불리는 윈만만(運滿滿)과 훠처방(貨車幇), 중국의 유명 온라인 구인구직서비스인 BOSS즈핀(直聘)도 잇따라 인터넷 안보 심사 대상에 올렸다.

이들의 공통점은 대량의 개인정보를 보유한 빅데이터 플랫폼기업으로 최근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제재 근거는 국가안보 위협이었다. 민감한 데이터를 보유한 중국 기업들의 경영 관련 자료 등이 미국 당국에 넘어갈 수 있는 것을 우려한 조처다.

박기현 SK증권 연구원은 “디디추싱은 매일 평균 4100만 건의 운송을 중계하며 모빌리티 분야에서 중국내 가장 강력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며 “중국의 지리데이터를 초정밀 단위까지 확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 바이두 맵 내에 있는 정보 미공개 지역들에 대해 외부 위성자료를 바탕으로 신장위구르자치구내 핵심시설이라는 점을 밝혀낸 외신 보도가 나온 만큼 디디추싱의 주행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중국 정부로서는 꺼려했을 것이라는 것.

SK증권에 따르면 당초 중국 증권감독위원회(증감회)는 디디추싱의 미국 상장에 반대하지 않고 허가를 내주었으나, 미중 양국의 정보공개범위 협상이 결론이 난 이후 상장하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해당 협상의 종료시점이 언제일지 알 수 없었고 증감회의 방침을 따르자니 상장은 무한 연기되는 것이므로 만년 적자 상태인 디디추싱이 해외 투자자들의 압박 속에서 상장을 강행했다가 중국 당국의 괘씸죄에 걸린 것이다. 정정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기업이 아닌 자국기업에 국가안보 개념을 적용했다는 점은 시장예상을 뛰어넘은 조치였다”며 “중국 정부가 해외 증시 상장에 대한 제재까지 실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회원이 100만 명 이상인 인터넷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이 해외 증시에 상장하기 전에 사이버 안보 심사를 받도록 의무화했다. 인구 14억 명인 중국에서 100만 명 이상이라는 기준은 사실상 모든 기업에 해당한다. 정정영 연구원은 “그동안 중국 정부가 암묵적으로 승인했던 가변이익실체(VIE) 구조를 법적으로 부정할 가능성도 제기됐다”고 짚었다. VIE는 중국 당국의 외자제한을 회피하기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중국 비상장 회사(주로 IT기업)들이 해외증시에 상장할 때 사용해 왔다. 그런데 VIE 형태로 신규상장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디디추싱 등 이미 VIE 구조로 해외에 상장되어 있는 기업들까지 상폐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해외상장 중국기업 VIE 구조
(자료= 메리츠증권)
◇ 中사교육 없애기, 왜?

중국의 사교육 제재도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달 25일 사교육 기관들이 초등·중학교 과정의 학교 수업 관련 과목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을 금지하고 기업공개(IPO)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막았다. 방학과 주말, 공휴일에 학교 교과 관련 사교육이 전면 금지되고 취학전 아동 대상으로 교과 관련 교육도 불허하는 등 세밀하고 광범위한 규제가 발표됐다. 현재 중국의 사교육 시장은 1200억 달러(약 138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사교육이 학업과 경제적인 부담으로 이어져 낮은 출생률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한 중국 당국이 영리추구형 사교육 규제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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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초등학교 교실의 수업 장면 (신화=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은 현재 미국의 전략적 봉쇄를 돌파하기 위해 내수경제에 더 무게중심을 실은 쌍순환(국내 대순환과 국제 순환의 이중순환)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내수를 확대하려면 가계 소득과 노동 가능 인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는 치명적이다. 올해 5월 발표된 중국 제7차 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2억6401만 명, 65세 이상은 1억9064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각 18.7%, 13.5% 비중을 차지한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65세 이상 인구가 오는 2040년 3억40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총 인구의 21% 수준이다.

출산율도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가구당 평균 인원이 처음으로 3명을 밑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인구가 지난해 11월 기준 14억1178만 명으로 14억 명대를 유지했으나, 지난 10년간 인구 증가율이 0.53%에 그쳤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올해 초 베이징에서 고위관료들과 가진 회의에서 “세계가 지난 100년간 전례 없는 격동의 시기에 있지만 시간과 형세는 우리편”이라며, ‘쌍순환’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시간이 점점 중국편이 아니다. 시 주석은 내년이면 10년 임기를 채우게 되는데 중국 안팎에서는 그가 연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빅테크와 사교육 규제는 모두 중국의 체제유지와 연결된다. 이은재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중국 정부는 미국과의 갈등 구도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형기업 규제를 통해 민간부문 통제력을 강화하고, 사회주의 체제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 부전문위원에 따르면 중국은 전자상거래나 공유경제 플랫폼 등 신경제 부문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중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해진 것에 비해 관련 규제가 미비했다고 판단했다.

텐센트나 알리바바 등 빅테크 기업들의 독점적인 지위도 당국의 경계심을 자극했다. 사교육 부문은 높은 교육비 부담이 계층간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비판이 대두된 바 있고, 체제 유지에 반하는 서구식 자본주의 체제 확산을 규제를 통해 방지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뉴욕 증시, 미국 연준 영향은?
지난 7월 29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업무 중인 외환 딜러의 모습이 컴퓨터 화면에 비치고 있다. (연합뉴스)

◇ 규제 충격에 주가 폭락 사태…향후 국내 영향은?

중국 당국의 이번 행보는 자국 기업과 산업을 일부 희생시키더라도 체제 유지를 위해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신호를 세계에 전달했고, 주가 폭락 사태를 가져왔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26~27일 이틀 동안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4.8%, 홍콩 항셍지수는 -8.2%, 미국 상장 중국 주식예탁증서(ADR) 지수는 -10.6% 등 중국 기업 관련 주가가 급락했다. 중국 주가지수 중에서도 IT 업종 비중이 높은 차이넥스트(중국판 나스닥) 지수가 이틀간 -6.8% 낙폭을 보였고, 홍콩 증시에서 항생테크(-14%) 및 중국기업 지수 H지수(-9.8%)의 낙폭이 컸다. 외국인은 선후강통을 통해 지난달 26일과 27일 각각 19억7000만 달러, 6억4000만 달러를 순매도했다. 양일간 중국 본토 증시에서만 4조3000억 위안(약 761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이후 중국 당국이 관영 신화통신 논평 등을 통해 시장 달래기에 나서며 주가 폭락 사태가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시장의 경계심리는 이어졌다. 30일에도 중국과 홍콩 증시가 동반 약세를 나타내며 중국발 규제 충격의 여진을 드러냈다.

황선명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화통신 논평에서 중국 정부가 최근 정책의 취지를 종합적으로 설명하고 시장의 과도한 우려는 불필요하다는 뉘앙스를 전달했다”면서도 “플랫폼, 사교육, 역외상장 등 현재 진행 중인 규제의 당위성을 언급한 만큼 중국 정부 정책의 방향성은 일관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중국 최대증권사 중신증권도 전날 투자자 질의를 통해 인터넷 플랫폼과 교육 영역의 규제는 이미 감독관리 방향이 명확한 만큼 당분간 좀 더 세분화되고 엄격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는 설명이다.

규제 여파는 국내 증시에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은재 부전문위원은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 악화에 따른 주가하락이 아닌 만큼 국내 증시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이 부전문위원은 “주가하락세가 지속된다면 일부 부정적인 파급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중국·홍콩에서 자금유출이 지속된다면 국내증시가 대체자산으로서 반사효과를 볼 수 있으나, 중국·홍콩 증시 불안은 위안화·홍콩달러화 절하 등을 통해 아시아 신흥국 전반에 불안요인이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