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클릭 시사] 승이불미(勝而不美)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1-06-28 15:02 수정일 2021-06-28 15:04 발행일 2021-06-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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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하더라도 이를 미화하지 말라는 뜻의 고사성어 ‘승이불미(勝而不美)’가 있다. 바꿔 말하면, 패자에게도 예의를 갖추라는 것이다. 중국 현인인 노자(老子)의 도덕경 30장과 31장에 나오는 구절이다. 노자의 평화주의 사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노자는 전쟁 상황에서도 살상용 무기를 손에서 내려놓고 전쟁에서 패배를 인정한 적군에게는 최소한의 인도주의적 예(禮)를 갖추라는 가르침을 주었다. 적이었어도 죽은 사람을 위해 정중하게 장례를 치르고 마음 속으로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라고 가르쳤다.

미국 남북전쟁 때 북군을 이끌던 율리시스 그랜트 장군은 숭이불미 사례의 좋은 예로 전해 내려온다. 당시 그랜트 장군은 자비없는 공세로 남군을 무릎 꿇려 ‘악마’라는 별명까지 얻고 있었다. 남군을 이끌던 로버트 리 장군이 항복의 뜻을 전하러 왔을 때 모두가 가차 없는 처형을 예상했던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그랜트 장군은 리 장군을 포함한 모든 남군들을 용서하고 그들이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었다. 역사학자들은 그랜트 장군의 이 결정 덕분에 미국은 남과 북이 다시 하나로 합쳐 미합중국의 위용을 갖출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