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안정보고서] 민간빚 4226조, GDP 2배 넘었다

유혜진 기자
입력일 2021-06-22 14:13 수정일 2021-06-22 17:52 발행일 2021-06-2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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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고금리 자영업자 대출 증가”
“한계기업 지원 길면 구조조정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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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계와 기업이 진 빚이 나라 경제 규모의 2배를 크게 웃돌았다.

22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가계빚은 2045조원, 기업대출은 2181조원이다. 민간 신용만 4226조원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 1954조원의 2배를 넘는다. 명목GDP대비 민간 신용 비율이 216.3%로, 역사상 가장 높은 값으로 치달았다.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15.9%포인트 높아졌다.

이 가운데 명목GDP 기준 가계빚 비율이 104.7%로 1년 새 9.1%포인트 뛰었다. 여기서 가계 빚은 자금순환표 기준으로, 영세 자영업자와 비영리단체 채무를 포함한다. 기업신용 비율도 111.6%로 6.8%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기준 이자상환능력 ‘취약기업’은 분기별 재무제표를 공시하는 2520개사 중 1001개사(39.7%)에 이르렀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내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도는 기업을 취약기업이라고 부른다. 이 비중이 2019년(37%)보다 2.7%포인트 늘었다. 한은은 “금융 완화 기조로 차입 비용이 줄었지만, 기업 수익성이 나빠져 취약기업 비중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취약기업이 ‘취약한 상태’가 길어질수록 정상기업으로 살아날 확률은 떨어졌다. 반면 부도날 위험이 크다. 취약 상태 1년차에는 37.6%의 회사가 정상으로 회복하지만 8년차에는 12.6%만 정상기업으로 돌아왔다. 1년차에 4.1% 정도인 부도 전환율은 7년차에 13.6%로 뛰었다. 한은은 “취약 상태가 4년 이상으로 길어지면 영업손실 규모가 확대되고 단기 유동성 및 장기 지급 능력이 모두 나빠진다”며 “자산과 자기자본이 동시에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기업에 금융을 지원하면 일시적 부실기업을 도울 수 있다”면서도 “장기화될 경우 기업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퍼줬던 지원책을 점차 되돌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자영업자 대출의 질도 나빠졌다고 봤다. 올해 3월 말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831조800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8% 늘었는데, 가계대출 증가율(9.5%)의 2배에 달한다. 한은은 “대면 서비스업 자영업자 대출이 늘고 고금리대출 비중도 커지면서 자영업자 대출의 질이 나빠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금융 지원이 끝나고 시장금리가 오르면 연체가 늘 수 있다”며 “금융기관의 선제적 충당금 적립, 정책당국의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혜진 기자 langchemist@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