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낼 돈도 못 번 '좀비기업' 역대 최다

유혜진 기자
입력일 2021-06-03 15:07 수정일 2021-06-03 15:18 발행일 2021-06-0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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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뚜렷…마른 수건 짜내
매출 2년째 줄었는데 이익률↑
꺾이지 않는 가계대출, 3월 6.5조↑…주담대 5.7조↑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 창구 (연합)

한 해 동안 이자 낼 돈도 벌지 못한 이른바 ‘좀비’ 기업이 역대 가장 많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풀이된다.

3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2020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속보)’에 따르면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의 비중이 34.5%로 집계됐다. 한은은 지난해 외부감사대상 법인기업 2만5871개의 개별 재무제표를 조사했다. 이 가운데 제조업 1만929개, 비제조업이 1만4942개다.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눠 이자보상비율을 구한다. 영업활동으로 만들어낸 수익으로 금융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낸다. 기업 이자보상비율이 100%를 밑도는 것은 한 해 영업이익이 이자를 비롯한 금융비용에도 미달하다는 것으로 기업 지속경영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걸 의미한다.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 비중은 1년 새 31%에서 3.5%포인트 높아졌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3년 이래 가장 높은 비율이다.

특히 이자보상비율이 0% 미만, 즉 영업적자인 기업 비중은 2019년 21.1%에서 지난해 25.2%로, 4.1%포인트나 뛰었다.

‘좀비’기업의 증가와 함께 재무 우량 기업들도 늘어나 기업간 수익 구조의 양극화 현상도 두드러졌다. 영업이익이 금융비용의 5배를 넘는 ‘500% 이상’ 기업 비중도 40.9%에서 41.1%로 커졌다.

반면 ‘중산층’ 기업도 줄어 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보상비율이 ‘100~300% 미만’인 기업 비중은 1년 새 19.5%에서 16.5%로 2.6%포인트 떨어졌다. 이자보상비율이 ‘300~500% 미만’인 기업 비중도 같은 기간 8.6%에서 7.4%로 1.2%포인트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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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국은행

잘 나가는 회사들이 전체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분석 대상 기업의 평균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5.1%로, 4.8%였던 지난해보다 높아졌다. 판매관리비 비중이 15.1%에서 15.9%로 0.8%포인트 늘어날 동안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중이 80.1%에서 79.1%로 더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영업이익률이 오르자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률도 4.1%에서 4.3%로 상승했다.

기업들이 ‘마른 수건’을 짜냈다고 평가된다. 분석 대상 기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1년 전보다 평균 3.2% 감소했다. 2019년에도 매출액이 1% 줄었는데, 2년째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줄어든 폭마저 2013년 통계낸 이래 가장 커졌다.

총자산 증가율도 평균 5%에서 4.9%로 1.1%포인트 깎였다.

기업의 재무안정성은 다소 좋아졌다. 부채비율이 97.6%에서 97.4%로 0.2%포인트 낮아졌다. 부채비율은 부채를 자기자본으로 나눠 구한다. 차입금 의존도 역시 28.3%에서 28.2%로 줄었다. 차입금 의존도는 총자산 가운데 차입금과 회사채가 얼마나 많이 차지하는지를 보는 지표다.

유혜진 기자 langchemist@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