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나가는 '정치 금융'… 은행권 비판 목소리 커

유혜진 기자
입력일 2021-04-22 14:53 수정일 2021-05-06 15:15 발행일 2021-04-2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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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의원 “은행 대출 안돼 민주당 심판…이제 금리 내려라”
은행 “여태 정부가 대출 조였다…신용경색 오면 누가 책임”
NH농협은행, 농지담보대출 DSR 상한 강화
서울 시내 한 은행의 개인 대출 상담 창구로 가는 길 (연합)

이른바 ‘정치 금융’에 대한 은행가의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금융 당국이 시중 유동성 적정 수준 유지를 위해 대출 억제책을 제시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여권 정치인들이 대출확대 및 대출금리를 내리라고 은행권을 압박, 쓴웃음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은행이 서민 대출을 안 해줘서 4·7 재·보궐선거에 졌다”는 주장에 은행 관계자들은 여권 선거패배의 후폭풍이 금융 시장질서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상생과 통일포럼’ 금융토론회에서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 0.5%인데 대출 금리는 연 3~4% 정도”라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해 1%포인트 정도 내려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관치금융이 아니라 고통 분담 차원에서 필요하다”며 “금융권이 1년에 수 십 조원 버는데 꼼짝도 안 한다”고 날을 세웠다. 같은 당 윤후덕 의원은 “담보 가치만큼 빌려주던 은행 창구에서 ‘정부 방침 때문에 대출할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며 “그 얘기에 (재·보선에서) 민주당을 심판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집권 여당에서 대통령 선거 1년 여를 앞두고 이런 얘기가 흘러나오자 은행들이 술렁이고 있다. 선거용 ‘정치 금융’정책이 남발하지 않을까 벌써 경계한다. 특히 가계 대출을 ‘이렇게 하라고 했다가 저렇게 하라’는 강압성 돌변 주장에 고개를 돌리는 모양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가계 대출 총량을 관리하라’고 했다”며 “그 규제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는 게 은행을 탓하는 것이냐, 정부를 탓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실제로 당국은 집값이 너무 급하게 오른다거나 은행 건전성이 걱정된다는 이유로 가계 대출을 조여왔다. ‘대출 금리를 손대라’는 요구 역시 시장에 ‘정치’가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지적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대출 금리는 조달 비용과 돈 빌릴 사람 신용도 등에 따라 정해진다”며 “인위적으로 정치권이 낮추라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누군가의 대출 금리를 억지로 낮춘다면 또 다른 사람의 대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며 “은행은 다른 손님과 더불어 주주 가치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계 안팎에서는 “ 정치권 요구대로 대출 금리를 내리면 은행이 한층 깐깐하게 심사할 수 밖에 없다”며 “소득이 적거나 신용 불량자는 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더 어려워져 오히려 ‘신용경색’이 발생, 금융 이용자들 불만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유혜진 기자 langchemist@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