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보험 갈아타기 소비자 경보 발령

유혜진 기자
입력일 2021-04-21 14:14 수정일 2021-04-21 14:19 발행일 2021-04-2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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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총액, 가입 거절될 질병 특약 여부, 예정이율 확인해야
보장 같은데 사업비 중복 등 손해…감액완납·보험계약대출 활용
보험 돈(CG)
(연합)

#1. 보험 상담을 받은 A씨는 기존 종신보험을 해지하고 다른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설계사 말을 믿었는데, 알고 보니 해지한 상품의 보험료가 쌌다. 특약 역시 A씨가 젊고 건강할 때 가입한 것들이 많아서 나이가 들고 질병도 있는 지금은 다시 가입할 수 없다.

#2. B씨는 “기존 상품을 회사에서 더는 운영하지 않아서 비슷한 상품으로 바꿔야 한다”는 설계사 말을 듣고 보험을 갈아탔다. ‘새 상품으로 변경하면 해지 환급금이 새 상품의 보험료로 납입되고 기존 납입 기간만큼 인정된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실제로는 해지환급금 손실만 생기고 기존 납입 기간이 인정되지 않았다.

21일 금융감독원은 이러한 종신보험 재설계를 지적하며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최근 TV와 인터넷 등으로 계약자의 재무 상태 및 생애 주기에 맞게 보험 상품을 재구성하는 게 유행이다. 금감원은 기존 종신보험을 해지하고 새 종신보험에 가입하면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장은 같지만 사업비를 중복으로 부담하면서 금전적으로 손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리모델링으로 보험료 총액이 늘지 않는지 봐야 한다.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새 보험에 가입하면 사업비를 중복으로 부담하는 셈이 된다. 나이 들면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

가입이 거절될 만한 질병 특약은 없는지도 봐야 한다. 기존 종신보험으로 보장받던 질병 특약이라도 질병 이력이 있으면 신규 상품에 거절될 가능성이 있다.

리모델링으로 예정이율이 낮아지지 않는지 따져야 한다. 대체로 과거에 판 보험이 최근 상품보다 예정이율이 높아 보험료가 저렴한 편이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손님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운용해 거둘 수 있는 예상 수익률을 뜻한다. 예정이율이 높으면 보험료가 저렴해지고 예정이율이 높으면 보험료가 비싸진다.

보장을 늘리거나 보험료 부담을 줄일 목적으로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새 상품에 가입하려는 경우라면, 가입자가 활용할 수 있는 다른 제도가 있다. 사망보험금을 늘리려고 종신보험을 갈아탔다가 오히려 보험료를 더 내는 경우가 있다. 이때 기존 종신보험을 해지하지 않고 새 종신보험을 추가로 가입하는 게 낫다고 금감원은 전했다.

경제 사정이 어려워져 보험료를 내기 힘들다면 기존 종신보험 계약을 해지하고 감액완납 제도를 쓸 만하다. 감액완납은 월 보험료 납입을 중단하고(완납) 보험 가입 금액을 줄이면(감액) 보험 기간과 보험금의 지급 조건 변경 없이 보험 계약을 유지하는 제도다.

급전이 필요해서 보장 범위가 같은데 기존 상품을 해지하고 새로 들려는 경우라면 기존 계약을 해지하지 말고 보험 계약 대출 제도를 이용하는 게 좋다. 약관에 따라 해지환급금 범위에서 돈을 빌릴 수 있다. 신용등급을 조회하는 심사 절차가 생략되고 중도상환수수료 부담이 없다.

유혜진 기자 langchemist@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