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한' 이주열 "암호화폐 내재가치 없다"...경고 목소리 높혀

유혜진 기자
입력일 2021-04-15 16:16 수정일 2021-05-06 15:07 발행일 2021-04-1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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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 기준금리 연0.5%동결
“국내 경제 회복세 이어가겠지만 회복 속도 불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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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암호화폐(가상화폐)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를 단호하게 재차 냈다. 이 총재는 15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인터넷 기자간담회에서 “암호화폐가 지급수단으로 사용되는 데 제약이 많고 내재가치가 없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른바 ‘영끌(영혼을 끌어모아)’투자에 대한 경고음이 일각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총재는 “암호자산은 사실상 가치의 적정 수준을 산정하기가 대단히 어렵고 가격의 변동성이 매우 크다”며 “때문에 암호자산 투자가 과도해지면 투자자에 대한 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고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리스크가 크다”고 일침을 놨다. 이 총재는 지난 2월에 국회에서도 “암호자산은 내재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금통위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연 0.5%인 기준금리를 유지했다. 지난해 7월부터 일곱번째 동결이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을 통해 “통화 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통위는 “국내 경제 회복세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고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통위는 “국내 경제의 경우 수출 호조와 설비 투자 회복세가 이어지고 민간 소비 부진이 완화됐다”며 “취업자 수가 증가로 돌아서는 등 고용 상황도 움직임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이 한은 총재가 밝힌 것처럼, 금통위도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지난 2월 전망치(3%)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금통위는 “앞으로 국내 경제는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회복 속도와 관련한 불확실성은 높다”고 판단했다.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지난해 3월 16일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0.75%로 한번에 0.5%포인트 떨어뜨렸다. 두 달 만인 5월 28일 연 0.5%로 또 내렸다. 이후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았고, 부동산과 주식을 비롯한 자산시장은 과열 논란이 일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더 내릴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고 물가 상승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섣불리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소비나 투자가 빠르게 위축될 수 있어서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영향으로 소비를 비롯한 경기 회복 강도가 여전히 불투명하다.

기준금리 동결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기준금리(3월 0.00∼0.25%로 인하)와의 격차는 0.25∼0.5%포인트로 유지됐다.

금통위는 물가와 관련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가격 상승,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 지속 등으로 1%대 중반으로 높아졌다”며 “식료품·에너지를 뺀 근원인플레이션율은 0%대 중반에서 소폭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유혜진 기자 langchemist@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