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동 대기자의 자영업 이야기] 혹독한 겨울이 자영업 삼킨다

강창동 기자
입력일 2020-12-09 07:10 수정일 2020-12-09 07:10 발행일 2020-12-0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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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 박사

가족구성원이 5명인 K씨는 코로나19 사태로 1년 가까이 외줄타기를 하는 기분이다. 지난 2월말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돼 3월 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K씨 아들의 생계가 막막해졌다. 아들은 중화권 관광객들이 한국을 관광할 때 필요한 숙박, 외식, 사진촬영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바운드 관광 플랫폼 사업을 했다. 아들은 일단 기존 사업을 중단, 다른 직업을 찾아야 했다. 다행히 방역업체에 일자리를 구했다. 소득은 매달 확진자수에 비례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하루 확진자가 500∼600명을 오르내리자 아들은 밤낮 정해진 시간없이 긴급 출동하는 날이 많아졌다. 덕분에 수입은 안정적이다.

K씨 부인은 대학입시 학원을 운영한다. 지난 3월 이후 코로나19 확진자 수에 따라 명암이 갈린다. 다행히 100명 이하 작은 규모의 학원이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이상 조치가 내려지지 않으면 영업이 금지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학원생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일정 기간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에 늘 가슴을 졸여야 했다. 급기야 지난 8일부터는 수도권의 모든 학원이 오는 28일까지 문을 닫아야 하는 초강경 조치가 내려졌다. 매출 ‘0’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2.5단계 거리두기 조치로 60만개에 육박하는 수도권 자영업체의 영업이 중단되거나 제한을 받는다. 구체적으로는 2단계부터 영업이 중단된 유흥시설 5종은 물론 노래방, 헬스장, 당구장, 실내 골프연습장, 학원 등이 모두 영업을 못하게 됐다. 카페도 매장영업은 할 수 없고 포장판매만 가능하다. 음식점은 오후 9시 이후 포장과 배달만 허용된다. 대형마트, 백화점, 영화관, PC방, 이미용실, 오락실, 놀이공원 등은 오후 9시까지만 영업할 수 있다. 늦은 밤 불을 켜 둔 가게는 편의점이 유일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바이러스의 생존과 확산세가 강한 겨울이 끝나기 전까지 확진자수가 급감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여 자영업자들에게는 혹독한 겨울이 될 전망이다.

만약 겨울 내내 확진자가 500명 이상 지속될 경우 수도권의 자영업체 중 얼마나 살아남을 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지금도 빚으로 버티는 자영업체가 대부분인 까닭이다. 한국은행이 이달초 발표한 ‘3분기 중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을 보면 예금은행의 비법인기업(자영업자) 대출은 올 3분기말 387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대부분은 대출금으로 월세와 생계비를 충당하면서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내년 봄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고, 내수경기가 급반등하는 것이다. 그래야 빚도 갚을 수 있고 권리금도 건질 수 있다. 지금은 폐업조차 할 수 없는 시기다. 하지만 내년 상반기에도 지금의 상황이 되풀이된다면 자영업시장은 연쇄파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정책은 어디서, 누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 지 궁금할 따름이다.

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 박사  cdkang198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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