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클릭 시사] 산통 깨지다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0-08-04 14:16 수정일 2020-08-04 14:17 발행일 2020-08-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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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통이 깨지다’는 말이 있다. 관용적인 표현인데, 잘되어 가던 일이 뒤틀려 잘못된다는 의미다. 이 말에는 두 가지 유래가 있다. 하나는 장님이 점을 칠 때 쓰는 ‘산통(算筒)’에서 비롯되었다는 얘기가 있고, 우리 고유의 ‘산통계’라는 것에서 유래되었다는 말도 있다.

우선 맹인이 점을 칠 때 쓰는 나무가지를 넣어 두는 통을 ‘산통’이라고 했다. 맹인 점쟁이는 이 통을 흔들어 점을 쳤는데, 당연히 통이 깨지면 점을 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이 잘못되었을 때 쓰는 표현으로 산통 깨졌다는 말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산통계란 현대의 계와는 달리 통이나 상자 속에 계원들의 이름을 적은 알을 넣고, 통을 돌려 나오는 알로 당첨자를 결정했다던 옛 계의 일종이다. 예전에도 요즘처럼 계주가 곗돈을 들고 야반도주하는 일이 많았던지, 여기에서 산통 깨졌다는 속담이 나왔다고 전해진다.

참고로 조선시대만 해도 산통계 말고도, 일정 번호를 붙인 표를 적게는 100명에서 많게는 1만 명에게 팔고 추첨을 해 총 모금액의 80%를 복채금으로 돌려주는 작백계 등이 있었다고 한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