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여름 불볕더위 도심 속 ‘가스냉방’이 쿨하게 잡았다

양세훈 기자
입력일 2020-07-22 07:20 수정일 2020-07-22 07:20 발행일 2020-07-2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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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에어컨 바람 앞에서 수박 한 조각 베어 물기. 여름철의 한 일상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위협하는 지금에는 가장 좋은 피서 방법이기도 하다. 에어컨 없던 시절은 어떻게 버텼는지 기억마저 희미하다. 다행히 과거부터 지금까지 공공기관이나 은행 등은 언제나 도심 속 오아시스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다.

냉방의 최근 트렌드는 ‘가스냉방’이다. 공공기관이나 은행 등에서의 냉방은 대부분 가스냉방을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전기냉방보다 저렴한 운영 비용은 물론, 정부의 지원 확대와 업계의 기술 개발과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이제 에어컨 시장의 다크호스가 됐다. 앞서 말했듯 대부분 대형건물에 설치하다 보니 일반 보급은 어렵지만, 새롭게 들어서는 빌딩과 건물에는 전기냉방보다 가스냉방을 선호하고 있다.

GHP(가스엔진히트펌프) 냉방기기 사진
엔진구동식(GHP) 가스냉방기기 옥상 설치 사진.(사진제공=한국가스공사)
◇전력 대체 효과 탁월

최근 몇 년간 기록적인 폭염으로 냉방 전력 수요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정부도 2011년 대규모 정전사태 이후 여름철 전력 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스냉방 보급·확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는 ‘공공기관의 에너지 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을 변경해 전체면적 1000㎡ 이상인 공공기관 건물에는 가스냉방과 같은 비전기식 냉방설비 설치를 의무화했다.

가스냉방은 말 그대로 전기 대신 가스를 에너지원으로 한다. 하나의 기기로 냉방과 난방이 가능해 여름철에는 냉방 전력수요를, 겨울철에는 난방 전력수요를 가스로 대체할 수 있다. 이는 최대전력 수요를 완화해 국가 전력수급 안정에 일조하고 있다.

또한 친환경 에너지인 천연가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 냉방기보다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어 환경 기여 효과도 크다.

전국에 매설된 배관으로 공급되는 가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냉방 수요에 유연한 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고가의 초기 투자 비용과 유지관리 비용이 걸림돌이긴 하지만, 가스냉방을 10년간 운영하면 전기냉방 대비 13~21% 저렴하다.

가스냉방은 가스흡수식과 엔진구동식(GHP) 두 종류가 있다. 가스흡수식은 터미널이나 병원 등 중앙냉방 대형 건물에 주로 적용하는 것으로, 가스를 열원으로 냉매(물)를 ‘증발→흡수→재생’하는 과정을 이용한다. 엔진구동식은 학교, 상업용 중소형 건물 등 주로 개별냉방 중소형 건물에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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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흡수식 냉방기기 설치 사진.(사진제공=한국가스공사)
◇ 정부 지원 속 빠르게 확대

가스냉방 확대는 정부가 더욱더 적극적이다. 산업부는 가스냉방 확대를 위해 올해 6월 지원제도를 개선해 경제성을 보완했다. 먼저 가스냉방 보급의 큰 장애 요인으로 꼽힌 고가의 초기 투자 비용을 해결하기 위해 가스냉방 설치지원 단가를 평균 20% 인상하고 신청자당 지원 한도를 1억원에서 3억원으로 높였다.

또한 전력 사용이 집중되는 하절기 피크시간대(오후 2~5시) 가스냉방 가동률 향상을 위해 전력피크 대체 기여금을 신설했다. 전력피크대체 기여금은 민간시설에 대해 가스냉방 하절기 권장 가동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초과 달성하는 수요처를 대상으로 기여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소비자는 유지보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총 1123개소를 대상으로 47억5000만원 규모의 가스냉방설비 설치를 지원한 바 있다. 올해 4월에는 2020년도 가스냉방설비 설치지원 사업 공고를 내고, 약 63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장려금 지원, 중소기업 우대 지원 등 각종 지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가스냉방에 대한 고객 이해도 향상을 위한 마케팅 활동의 일환으로 각 도시가스사와 협업, 수요처 대상으로 홍보하고 가스냉방 보급 확대를 위한 제도를 지속해서 개선할 방침이다.

삼천리ES_GHP설치 사례(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삼천리ES GHP가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 설치된 모습.(사진제공=삼천리)
◇삼성·LG·삼천리 55% 점유

가스냉방 활성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확산세가 주춤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설비투자 지연 등으로 민수용 신규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나마 올해 상반기까지는 지난해 계약 물량의 이월 등으로 출하가 어느 정도 유지되는 상황이다. 다만 산업부가 발표한 ‘가스냉방 보급 확대 방안’이 어느 정도의 시장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에 따라 하반기 시장변화가 예상된다.

엔진구동식(GHP) 가스냉방의 경우 삼성과 LG가 민수와 관급 등, 전체 시장의 4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도시가스업체인 삼천리가 약 15%를 점유하고 있다. 민수 시장만으로 한정한다면 삼천리의 점유율은 30~40%로 올라간다.

최근 관련 기업들은 대규모 GHP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초고층 빌딩의 냉난방 시스템 적용의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고, 선진 기술을 접목한 공조기법을 채택해 가스냉방 보급·확대에 나서고 있다.

삼천리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완공 예정인 지하 7층 지상 39층 규모의 넷마블 본사(G스퀘어)에 GHP(실외기216대·실내기 1300대)를 시공했고, 뚝섬 부지에 건축 중인 주상복합 아크로 서울숲의 33층 규모 업무시설에도 실외기 95대를 공급해 올해 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라고 최근의 실적을 설명했다.

이어 “제품의 우수성을 바탕으로 현재는 단순 공조 시장에서 벗어나 GHP+환기, GHP+공기조화기, GHP+제트공조기 등 발전된 응용 토털 공조 시스템으로 가스냉방의 보급과 확대에 나서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양세훈 기자 twonew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