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그린뉴딜’에 은퇴시기 빨라진 ‘석탄발전’...2050년대에 국내서 자취 감출까

양세훈 기자
입력일 2020-07-20 07:00 수정일 2020-07-20 07:00 발행일 2020-07-2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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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보령화력
보령화력발전소 전경.(사진=한국중부발전)

‘석탄 발전’의 은퇴 시기가 가까워져 오고 있다. 1882년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시작하며 전 세계 산업화를 이끌어 왔지만, 그 퇴로가 씁쓸하다.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등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세계적인 흐름으로 섭섭하게도 기후 악당이라는 멍에까지 얻었다.

세계 각국이 탄소제를 선언하고, 석탄을 생산·소비하는 국가들마저 석탄 발전 감축 정책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기후 변화와 저탄소 사회로의 대전환이라는 명분 아래, 이를 더욱 확대·강화한 그린 뉴딜로 탈석탄의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세계화된 ‘탈석탄’… 생산·비중 높은 나라마저 감축 행렬

석탄 발전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는 낙인으로 퇴출 신세다. 그야말로 전 세계적으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한전경영연구원의 ‘글로벌 탈석탄 정책 추진 동향’에 따르면 2018년 석탄 소비량은 0.9% 증가했지만, 2019년 소비량은 1.3% 줄었다. 2019년을 기점으로 석탄 수요가 상승에서 하락으로 성장세가 역전된 것이다.

석탄 소비량 감소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주도했다. 지난해 미국과 EU는 석탄발전 조기 폐쇄로 석탄 소비가 각각 9%, 4%씩 감소했다. 미국의 경우 2018년에 15GW의 석탄발전을 폐쇄하면서 40년 만에 석탄 소비량이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EU 8개국(프랑스·이탈리아·네덜란드·포르투갈·덴마크·스페인·핀란드·아일랜드)은 오는 2030년까지 단계적인 석탄 발전 폐지 정책을 수립했고, EU 내 총 석탄 발전량의 38%를 차지하는 독일은 2038년까지 모든 석탄 발전을 전면 폐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특히 영국은 2012년 40%였던 석탄 발전 비중이 2018년에는 5%까지 줄었고, 2024년 10월까지 석탄 발전을 조기 폐쇄하겠다고 선언했다.

세계적으로 석탄 발전 건설 프로젝트가 중단되거나 취소되는 사례도 늘었다. 2030년 준공 예정인 글로벌 신규 석탄 발전 설비용량(300GW)의 21%나 건설이 중단되거나 취소됐다. 이 중 14%는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과 인도에서 발생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석탄 생산과 발전 비중이 높은 나라들도 탈석탄에 동조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석탄 발전 비중이 73%와 72%인 남아공과 인도는 오는 2030년까지 그 비중을 각각 45%, 50%로 축소할 계획이고, 63%인 호주는 2040년까지 모든 석탄발전소를 폐쇄할 계획이다.

반대로 탈석탄에 역행하는 나라도 있다. 중국은 시멘트 철강 등 전기집약도가 높은 산업부문의 생산량이 증가에 따라 지난 3월에만 총 전력 용량이 7.96GW에 달하는 석탄발전소 착공을 허가했다. 이에 3월 기준 99.7GW 규모의 석탄발전소를 건설 중이고 106.2GW 규모의 추가 계획도 갖고 있다. 이는 전 세계에서 건설 중이거나 가동 중인 석탄발전소의 전력 설비 용량의 40%에 육박한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로 원전 가동이 줄고 멈추면서 22기의 신규 석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동서당진화력
당진화력발전소 전경. (사진=한국동서발전)
◇ 국내 석탄발전, 2034년 반토막… 2050년 이후 ‘넷-제로’

우리나라 역시 에너지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여기에 이를 더욱 확대·강화한 그린 뉴딜을 제시하며 온실가스 감축과 저탄소 산업으로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 석탄 발전 규모는 지난해 기준 36.8GW, 비중은 40.8%에 달한다. 여전히 국내 최대 에너지원으로서 OECD 국가 평균(22.2%)보다 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하지만 이런 위상은 그리 오래가지 못할 전망이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 석탄 발전은 과감하게 줄이고 이를 친환경에너지로 대체해 나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겨울철이면 8~15기에 해당하는 석탄 발전에 대한 가동을 중지하고 있다. 더구나 보령화력 1·2호기 등 노후 석탄 발전은 과감히 조기 폐쇄하기로 결정됐다.

더구나 조만간 확정 예정인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0~ 2034) 초안에는 석탄 발전은 8차 계획에 반영된 10기에 더해 이번에 신규로 20기를 추가 폐지하기로 했다. 2034년까지 가동 30년이 지난 석탄 발전은 모두 폐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2030년 석탄의 발전량 비중은 현재 40%에서 31.4%로 낮아지고, 현재 60기의 석탄 발전은 2034년까지 30기가 폐쇄되면서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현재 건설 중인 7기의 신규 석탄 발전은 내년부터 차례로 준공될 예정이다. 신규 가동 기간 30년을 고려하면, 오는 2050년대가 되어야 우리나라에서 석탄 발전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환경단체들은 더욱 과감한 감축을 요구한다. 2030년까지 석탄 발전 전면 퇴출 등을 담은 ‘석탄 발전 퇴출법’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는 즉 석탄 발전이 정책에 따라 퇴출 시기가 더욱 앞당겨질 수 있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그린뉴딜의 첫 현장 행보로 전북 부안 풍력핵심기술연구센터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그린뉴딜은 탄소 의존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 도약하는 구상으로 ‘석탄 에너지’를 ‘그린 에너지’로 바꾸는 것”이라며 “미래 세대를 위한 경제·사회 분야의 대전환을 이끌어 석탄과 석유의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에너지 안보를 튼튼하게 지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넷-제로(탄소 순 배출 0 상태)에 관한 목표치를 연내 도출할 예정이다. 탄소 배출제로가 목표다.

양세훈 기자 twonew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