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칼럼] 찬 음식은 차갑게 거절하라

김한옥 소영한의원 원장
입력일 2020-06-30 07:20 수정일 2020-06-30 07:20 발행일 2020-06-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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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한의원 김한옥 원장
김한옥 소영한의원 원장

장마가 시작되면서 무더위가 잠시나마 한풀 꺾였다. 하지만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는 기승을 부리고 있고, 마스크를 쓰고 맞이한 여름은 참 덥고 입맛도 없다. 수박, 참외, 냉면, 메밀국수, 맥주, 아이스커피, 팥빙수, 아이스크림. 여름철에 가장 사랑받는 음식들인데, 모두 성질이 차다. 게다가 아주 차갑게 해서 먹기 때문에 배탈이 나기 쉽다.

동의보감의 첫 번째 단락인 신형문(身形門)에서는 계절에 맞게 생활하는 방법에 관해 서술했는데, 여름에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사계절 중 여름에 조리하기 힘든 것은 음(陰)이 속에 숨어들어 배가 차갑기 때문이다. 신(腎)을 보하는 약이 없어서는 안 되고 차가운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한다.’, ‘여름에는 나이와 관계없이 모두 따뜻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 그래야만 가을에 곽란으로 토하고 설사하는 우환을 겪지 않는다. 뱃속이 늘 따뜻한 사람은 자연히 모든 질병이 생기지 않고 혈기가 왕성해진다.’

특히 과민 대장 증후군이 있다면 차가운 음식을 피해야 한다. 과민 대장 증후군은 검사상 이상이 없지만, 식사를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배가 아프고 화장실에 자주 가게 되는 병이다. 수험생이나 직장인처럼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운동부족, 수면부족, 불규칙한 식습관 등의 상황에서 흔하게 발병한다. 찬 음식은 소화 기능을 떨어뜨리고 위장관에 스트레스 요인이 되어 증상을 악화시킨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장관의 기질적 이상 없이 만성적인 복통 또는 복부 불편감, 배변 장애를 동반하는 기능성 장 질환이다. 다만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대장의 운동이상, 감각이상, 뇌·장관 상호작용, 감염 후에도 지속하는 저등급 염증, 면역체계 이상, 장내 미생물 무리의 변화, 유전 소인, 정신사회적 요인 등이 제시되고 있다.

많은 사람은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치료하기가 힘든 병으로만 생각하고 치료를 포기한다. 그러나 생활 습관병이기 때문에 내가 변하지 않으면 낫기 어렵고 내가 변하면 나을 수 있다.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고, 배부르게 먹지 않고, 맵고 짠 음식, 기름진 음식, 차가운 음식, 술과 커피를 피하고, 적절한 운동을 한다면 반드시 좋아질 수 있다. 한의원에서 반하사심탕, 가미소요산, 시호계지탕 등 보험 한약 또는 분심기음, 계지가작약탕, 소건중탕 등의 탕약을 체질과 증상에 맞게 처방받아 복용하고 침·뜸 치료를 병행하면 효과가 좋다.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유행어가 있다. 매년 화병(火病) 환자가 급증하는 우리나라에는 한겨울에도 얼음으로 차가워진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위장으로 들어간 냉기는 신진대사를 나쁘게 해 속은 차고 머리와 가슴이 더욱 더 뜨겁게 하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우리가 음식을 먹고 마시는 것은 자동차에 비유하면 연료를 공급하는 것이다. 경유, 휘발유, 전기 등 차종에 알맞은 연료가 필요하다. 날씨가 덥고 현실이 답답하다고 찬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은 엔진이 과열되었다고 냉각수를 연료 주입구에 넣는 것만큼 잘못된 선택이다.

김한옥 소영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