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칼럼] 변비로 힘든 아이들, 슬기로운 배변 습관을 기르는 방법

이종훈 목동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입력일 2020-06-16 07:20 수정일 2020-06-16 07:20 발행일 2020-06-1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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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목동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일차적인 지표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가이다. 아이의 성장을 위해 밥 잘 먹게 해달라는 부모들이 정말 많은데, 이때 의외로 간과하는 부분이 변비다. 실제 소화력이 약하거나 입이 짧아서 밥을 안 먹는 경우도 있지만, 잘 먹던 아이가 언젠가부터 먹는 양이 줄었다고 하면 변 상태를 우선 체크해야 한다. 

어른들은 변비가 있으면 어떻게든 노력해서 변을 잘 보려고 하지만, 아이들은 굵고 딱딱한 변을 보면서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 때문에 그냥 참는다. 대변이 속에 꽉 차 있으니 자연스럽게 음식도 덜 먹게 되는데, 이런 경우에는 변비 치료만으로도 이전처럼 밥을 잘 먹게 된다. 매일 변을 보더라도 변 보는 데 시간이 한참 걸리고 아이가 힘들어한다면 이것도 변비에 포함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변비 개선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점은 수분과 섬유질의 보충인데, 아이들이 물이나 야채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되면 땀으로 빠져나가는 수분이 많아져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게 중요하다. 물을 먹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구수한 맛이 나는 보리차나 숭늉을 활용해보는 것도 좋다.

섬유질이 많은 야채는 대부분의 아이가 싫어한다. 식감이 뻣뻣한 생야채 말고 다양한 야채들을 최대한 잘게 썰고 익혀서 볶음밥이나 비빔밥으로 자연스럽게 먹이도록 한다. 그리고 장내에 유익한 균을 늘려주는 유산균을 함께 챙겨주면 변비 개선은 물론 면역 강화에도 좋다.

심리적인 부분도 간과해선 안 된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오랜만에 등교하기 때문에 심리적인 원인으로 변비가 생길 수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바짝 예민해지는 아이들은 교감신경이 항진되면서 대소변의 욕구가 자연스럽게 저하된다. 원래 집 밖에서는 화장실을 못 가는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럴 땐 아이를 다그치거나 재촉하지 말고 학교생활에 빨리 적응하도록 마음을 편하게 해주면 자연스럽게 좋아진다.

변비가 생활습관 관리만으로 좋아지지 않는다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한약재로 대황이 있는데, 대황에 함유된 센노사이드와 에모딘 성분이 장운동을 촉진시키며, 위장기능을 도와 소화에도 도움이 된다. 다만 너무 허약하거나 심리적인 원인 위주인 경우 대황이 포함되지 않은 처방으로 변비를 개선한다. 가령 밥 먹는 양을 늘려 자연스럽게 대변량을 늘리거나, 긴장된 마음을 풀어주는 식으로 각자 체질에 맞는 정확한 진단 및 치료가 필요하다. 한방 연고인 자운고를 항문에 아침, 저녁으로 발라 굵고 딱딱한 변으로 항문에 상처가 나는 것을 예방하는 것도 좋다.

이종훈 목동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