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시니어] 80대의 고민 ‘상가 조문’

장원근 명예기자
입력일 2020-05-21 14:18 수정일 2020-05-21 14:19 발행일 2020-05-2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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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칼럼]
장원근 기자님
장원근 명예기자

언제부터인가, 나이를 생각하다보니 상가 조문이 망설여진다. 올해 우리 나이로 83세다. 젊은 사람 눈에는 ‘꼬부랑 노인’이겠지만 막상 100세 시대를 살다보니 아직 그렇게 늙었단 생각은 들지 않는다. 친목회, 경로당 등 이런저런 모임에서 맺는 사회적 관계는 젊은이들 못지않게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딱하나 마음에 걸리는 자리가 있다. 바로 상가(喪家)조문이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조문하러 가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가까운 지인이 돌아가셨다면 찾아뵙는 것이 도리지만 팔십이 넘으니 막상 가도 유가족이나 다른 문상객들이 불편해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동년배나 친구 고인의 문상도 껄끄럽긴 마찬가지다.

가 보면 대부분 조문객이 호상(好喪)이라며 웃고 떠들어 대는데 내 마음은 불편하기 그지없다. 내 친구, 내 또래 지인의 죽음이니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그런 자리에 다녀오면 몇일간 우울해진다. 나만 그런 고민을 하는게 아니다. 한 친구는 “70세 넘어서는 아예 장례식장 다니는 걸 끊었다”고 털어놨다. 상주들도 “나이 드신 분이 오시느라 고생하셨다”고 하지만 어쩐지 걱정하는 눈치고, 문상객들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 오히려 불편만 주는 것 같아 장례식장은 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고령화 시대에 조문 예법을 어찌해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올해 백수를 맞이한 김형석 전 연세대 명예교수의 조문 원칙을 들어볼 기회가 있었다. “예로부터 한국 문화에는 지인의 경사(慶事)는 지나쳐도 애사(哀事)는 꼭 챙겨야야 한다는 말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조문이다. 조문을 통해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것이야 말로 인간관계의 기본 예법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나보다 젊은 사람 장례는 안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자칫 유족에게 더 큰 상실감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꼭 마음을 전하고 싶다면 조문객이 적은 시간을 택해가야 다른 조문객들이 덜 부담스럽다.

꼭 가야할 자리가 아니라면 가급적 아들을 통해 조문하고 전화로 위로의 말을 전한다. 호상(好喪)이라는 표현도 조심해야 한다. 아무리 나이가 많은 이의 장례라도 가족과 친구들에겐 슬픈 일이기 때문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나 역시 이 원칙을 따라하기로 마음먹고 동년배 지인들에게도 권할 생각이다.

장원근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