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그라운드]하나의 작고도 거대한 세계 ‘1인용 식탁’ 위 고민…‘혼밥’과 ‘공존’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0-05-09 18:00 수정일 2020-05-09 20:21 발행일 2020-05-09 99면
인쇄아이콘
1인용 식탁
7일 연극 ‘1인용 식탁’이 프레스콜을 개최했다. 왼쪽부터 이오진 작가, 이기쁨 연출, 두산아트센터 신가은 프로듀서(사진=허미선 기자)

“매해 여러 키워드로 한 두산인문극장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건 ‘공존’입니다. ‘공존’을 이야기하기 위해 매해 구체적인 주제로 접근하고 있는데 올해는 ‘푸드’죠. 밥을 먹는다는 것, 식습관과 시문화가 어떻게 공존과 연결될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7일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열린 연극 ‘1인용 식탁’(5월 23일까지) 프레스콜에서 신가운 프로듀서는 2020년 두산인문극장의 주제가 ‘푸드’인 데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두산인문극장은 2013년부터 매해 정해진 주제를 통해 인간과 자연에 대한 과학·인문학·예술적으로 풀어내 토론하고 고민하는 프로젝트다.

SHAO1인용 식탁_공연 사진 (3)
연극 ‘1인용 식탁’은 혼밥을 개인의 존재이자 각자가 사는 방법으로 은유한다(사진제공=두산아트센터)

그 시작을 알리는 연극 ‘1인용 식탁’은 이유없이 회사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신입사원 오인용의 이야기다.

이름은 오인용이지만 늘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주인공이 ‘혼밥’을 가르쳐 주는 학원에 등록하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어우러지면서 풀어내는 이야기다.

윤고은 작가가 2010년 발표한 동명 단편소설을 무대에 올린 작품으로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난설’ ‘줄리엣과 줄리엣’ ‘헤카베’ 등의 이기쁨 연출작이다.

‘김씨네 편의점’ ‘피어리스: 더 하이스쿨 맥베스’ ‘바람직한 청소년’ 등의 이오진 작가가 각색했다.

“당신의 식탁은 1인용으로 충분한가, 1인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가를 질문하고 싶었어요. 혼밥을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완전히 혼자 있는 데는 내적 불안이 있는 게 아닐까 싶었거든요. 다들 괜찮은 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오진 작가의 말에 이기쁨 연출은 “결과론적으로는 혼자 밥을 먹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라며 “혼자 먹는 게 좋다, 누구와 같이 먹는 게 좋다는 이분법이 아니라 결국 사는 데 나만의 방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을 보탰다.

“개개인의 존재가 있고 그들이 사는 방법이 있어요. 그런 것들이 저에게는 나의 리듬, 내가 살아가는 리듬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에게 맞는 것, 나의 믿음을 찾았을 때 그 리듬들이 하모니를 이루기도, 불협화음을 내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것이 같은 사는 의미이고 공존이 아닌가 싶었죠.”

1인용 식탁_공연 사진 (13)
네 사람이 각자의 테이블에서 고기를 굽는 연극 ‘1인용 식탁’ 마지막 장면(사진제공=두산아트센터)
그리곤 극 중 스테이크 먹는 법을 알려주는 장면에 대해 “은유로 삶을 이어가는 방식들이라고 느꼈다”며 “규격화, 수학 공식 등을 배우지만 나에게 왔을 때 달라지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각자 삶의 노하우, 플로가 생기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네명이 각자의 테이블에서 고기를 구워먹는 마지막 장면 역시 같은 맥락이다.

“고깃집 문 열었는데 300석의 각 테이블에서 한명이 먹고 있다면 낯설고 쾌감 있는 그림이 될 것 같았어요. 하나의 1인용 식탁이 하나의 세계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작고도 거대한 세계가 그로서 오롯이 인정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