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또 다른 내가 나타났다?! 드라마 ‘더 킹’, 뮤지컬 ‘차미’ ‘또! 오해영’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0-05-05 18:00 수정일 2020-05-05 18:00 발행일 2020-05-0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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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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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 뮤지컬 ‘차미’ ‘또! 오해영’(사진제공=화앤담픽쳐스, 페이지원, 아떼오뜨)

‘현실’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세상의 ‘나’와 같은 존재지만 전혀 다른 삶을 이어가고 있는 평행세계, SNS 속 ‘나’가 등장하는 콘텐츠가 주목 받고 있다. 그 콘텐츠들 속에 존재하는 나와 또 다른 나는 공존과 극복의 딜레마를 통해 성장하고 메시지를 던진다.

‘태양의 후예’ ‘미스터 션샤인’ ‘도깨비’ 등을 집필했던 김은숙 작가의 ‘더 킹: 영원의 군주’(이하 더 킹)는 공존하는 평행세계의 이야기다. 2013년 ‘상속자들’, 2016년 ‘도깨비’로 김은숙 작가와 함께 했던 이민호와 김고은이 대한제국의 황제 이곤과 대한민국 형사 정태을로 평행세계를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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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사진제공=화앤담픽쳐스)

세 사람의 만남, 이민호의 소집해제 후 복귀작이라는 이슈에 큰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지만 산만한 전개와 스토리, 배경음악 등의 만듦새, 전작들과의 변별점 부재 등의 문제가 불거지며 시청률 10%를 오르내리고 있다. 

기대치에는 못미치는 흥행세지만 왕위 찬탈을 도모하며 왕을 칼로 베고 세자였던 이곤까지 죽이려다 실패한 대한제국의 이림(이정진)은 대한민국으로 넘어가 그곳의 나를 죽이고 숨어 들었다.

대한제국에는 대한민국의 ‘나’를 바다에 던져 ‘죽음’으로 가장하고 때를 기다리고 있는 이림과 이곤의 격돌이 이야기의 한 축이다.

더불어 정태을이 ‘루나’라는 미스터리한 인물로 대한제국에 존재한다는 것을 예고하는가 하면 아직까지는 유일하게 대한제국에만 존재하는 이곤의 또 다른 존재 여부, 평행세계에 공존하는 이들의 만남 이후 등 1과 0 사이를 넘나드는 인물들의 서사가 흥미롭다. 평행세계의 존재, 그 너머에 존재할지도 모를 ‘또 다른 나’를 상상하는 재미는 덤이다.

‘더 킹’이 블록버스터 SF판타지 로맨스라면 뮤지컬 ‘차미’(7월 5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블랙)는 오롯이 나로 서기, 스스로 사랑하기 등의 메시지를 담는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사이 열등감으로 충만해진 주인공 차미호(유주혜·이아진·함연지 이하 관람배우·가나다 순)가 오매불망 꿈꾸며 SNS 속에만 존재하는 ‘내가 되고 싶은 나’로 만들어낸 차미(이봄소리·이가은·정우연)가 눈앞에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차미의 활약이 두드러질수록 점점 더 숨어들기만 하는 차미호, 현실의 나는 내가 되고 싶은 나로 인해 소멸 위기를 맞기에 이른다. 공존과 극복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는 현실 세계의 나와 내가 꿈꾸는 또 다른 나, 모두가 ‘오롯이 저마다의 나로 서야만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차미] 2020 뮤지컬 차미 공연사진_PAGE1 제공 (13)
뮤지컬 ‘차미’(사진제공=페이지원)

차미로 인해 자신이 꿈꾸던 모습으로 존재하게 된 차미호는 아날로그 감성을 지닌 똑똑한 괴짜 김고대(최성원·안지환·황순종), 완벽한 외모의 소유자이지만 새로운 자극을 찾아 헤매는 짝사랑 상대 오진혁(강영석·문성일·서경석)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차미호도,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차미, 오진혁 등도 저마다의 결핍을 느끼지만 이 또한 자신임을 인정하며 단단해지고 행복해진다.

또 오해영
뮤지컬 ‘또! 오해영’ 출연진. 위 왼쪽부터 오해영 역의 유주혜·문진아·신의정, 가운데 왼쪽부터 박도경 역의 김지온·손호영·양승호, 아래 왼쪽부터 또해영 역의 효은·산다라박(사진제공=T2N미디어, 아떼오뜨)

그런 의미에서 뮤지컬 ‘또! 오해영’(5월 31일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1관)도 같은 맥락의 작품이다.

이름은 같지만 갖춘 스펙은 전혀 다른 두 오해영이 엮어가는 ‘오롯이 나로 서기’ 여정을 담고 있다.  

큰 사랑을 받은 서현진·에릭 주연의 원작 드라마에 비하면 다소 아쉽긴 하다. 성근 스토리 라인, 개연성의 부재, 느닷없는 로맨스, 사랑받던 OST의 넘버화에 따른 아쉬움 등 다소 밋밋한 극으로 변주됐다.  

로맨스와 더불어 극의 재미요소로 작용하던 미래·자신의 죽음을 보는 박도경(손호영·김지온·양승호)의 말 못할 사연을 제외하고 저마다의 결핍 극복이라는 메시지를 담으려다 보니 이야기와 전개는 산만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오해영이라는 같은 이름을 가진 두 여자의 ‘오롯이 나로 서기’ ‘있는 그대로의 나 사랑하기’ 여정은 꽤 유효한 메시지다.

“여기서는 내가 ‘또해영’이거든.”

평범하지만 사랑을 듬뿍 받고 성장 중이던 고등학생 오해영(유주혜·문진아·진의정)의 엄마(장예원·장이주)가 학교에서 마주친 또 다른 오해영(효은·산다라박)을 보며 “또 오해영이 있어?”라고 반문하자 던지는 이 말은 인물들의 정체성이자 자존감이다. 있어야 할 곳에서

‘또해영’이 되지 않기 위한 저마다의 노력은 그래서 값지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