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시니어] 할머니가 17년 동안 모은 900만원 코로나19 극복 위해 기부

김병헌 명예기자
입력일 2020-05-07 17:19 수정일 2020-05-07 17:19 발행일 2020-05-0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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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사진=김병헌 기자
노원구에 사는 할머니(오른쪽)가 중계4동 주민센터 이한섭 동장에게 17년간 모은 돈을 기부하는 사연을 설명하고 있다. 노원구 제공

지난달 17일 서울 노원구 중계4동 주민센터에 국가에 대한 마음을 되새기게 하는 봉투 하나가 접수됐다.

한 직원이 동장실 문을 두드리며 어르신 한분이 만나 뵙고 싶어 한다고 알렸다. 이곳 동장실은 어르신들이 어려운 사정을 상담하는 고충소로 변한지 오래됐다. 이한섭 동장은 당연히 불편사항을 이야기하러 오신 것으로 생각하고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으며 자리를 권했다.

자리에 앉은 할머니는 비닐로 싼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이게 뭔가요”라고 묻는 동장에게 할머니는 사연을 이야기 했다.

“내가 몸이 좋지 않아 앞으로 얼마 못 살 것 같아. 저 세상 가기 전에 나라에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고 가야 편할 것 같아서 찾아왔어”라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아버지 없이 자라서 초등학교 5학년까지만 다니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예전엔 집도 있고 세금도 냈어”라며 자랑스럽게 말씀하셨다.

이어서 할머니는 “자식 하나가 장애인이고, 70세 이후는 나라에 도움만 받고 살았네. 내가 나라에 정말 고마워 죽기 전에 꼭 돌려주고 가야겠다”며 “아껴서 모은 돈이니 작다고 생각지 말고 받아주시게나”라고 말했다.

이한섭 동장은 “할머니 마음만 받겠습니다. 몸도 편찮으신데 병원에도 가야하고 약값이며 어쩌시려고요.” 그러자 할머니는 “나라에서 무료로 치료해 주고 있어. 이 돈 정말 필요한 곳에 쓰였으면 좋겠네, 바쁜데 미안해“라며 총총걸음으로 나가셨다.

이한섭 동장은 “힘든 시기를 겪으며 나라를 원망할 수도 있을 텐데 오히려 나라에서 받은 게 너무 크다며 아끼고 아껴 기부금 900만원을 건네는 할머니의 모습에 모든 직원이 나라에 평소 가졌던 마음가짐을 되돌아보게 됐다”며 “할머니가 주신 귀한 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하여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을 위해 쓰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병헌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