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칼럼] 고령 농민 괴롭히는 근골격계 질환, 농번기 전 대비하세요

염승철 광주자생한방병원 병원장
입력일 2020-05-12 07:20 수정일 2020-05-12 07:20 발행일 2020-05-1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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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승철 광주자생한방병원 병원장

지난달 19일은 24절기 중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곡우’였다. 본격적으로 일손이 필요한 시기지만 농민들의 걱정은 커져만 간다. 농가에서 노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해마다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전체 농가 인구는 약 224만5000명으로, 이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절반에 육박하는 46.6%로 나타났다. 70세 이상 비율도 33.5%나 됐다. 초고령사회를 넘어 이제는 ‘슈퍼 초고령사회’라는 단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국내 농가는 1993년부터 고령사회에 돌입했고 이후 1999년 6년 만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초고령사회 진입시기가 2024년으로 추정되는 것에 비해 매우 빠른 속도다. 심각한 것은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노인들의 건강문제가 대두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8년 기준 노인 진료비는 역대 최고치인 31조8235억원에 달했다. 2011년과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고된 농사일을 이어가는 고령 농민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올해부터 농업기계화 촉진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농사일은 허리를 구부리거나 쪼그려 앉아 고정된 자세로 일해야 하는 때가 많다. 그러다 보면 요통이나 관절염에 노출되거나 심하면 추간판(디스크) 질환으로 이어지기 쉽다. 실제 농촌진흥청의 2018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민들의 80.9%가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사일이 바빠 치료를 미루다가 가벼운 질환이 만성화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요즘과 같이 농번기가 아닌 시기에 착실히 각종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대비를 해나가는 것이 좋다.

고령 농민들이 자주 겪는 만성 근골격계 증상들에는 추나요법을 비롯한 약침, 한약 처방 등의 한방통합치료가 효과적이다. 먼저 추나요법을 통해 정상 위치에서 벗어난 근육과 뼈, 관절의 위치를 바로 잡아 특정 위치에 쏠리는 부담을 줄여 통증을 해소시킨다. 정제된 한약재를 경혈과 통증부위에 주입하는 약침은 손상된 근육과 인대에 발생한 염증을 제거하고 회복을 촉진한다. 이와 함께 한약을 복용해 기운을 북돋아주면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치료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일상 속 간단한 습관이 큰 질환을 막아준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근골격계 질환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트레칭이다. 스트레칭은 뭉친 관절과 근육의 긴장을 이완시킬 뿐만 아니라 혈액순환을 촉진해 피로 회복 및 면역력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 아무리 일이 바쁘더라도 1시간에 10분 정도는 스트레칭을 실천해 꼭 허리와 무릎, 관절을 쉬게 해줄 것을 추천한다. 1년 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요즘, 건강을 우선적으로 지키는 것이야말로 건강하고 만족스럽게 한 해를 보낼 수 있는 밑거름이라 할 수 있다.

염승철 광주자생한방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