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칼럼] 손발저림은 혈액순환 탓?… 신경계장애 의심해보세요

이동규 수원 윌스기념병원 뇌신경센터 원장
입력일 2020-04-27 13:46 수정일 2020-04-27 13:57 발행일 2020-04-27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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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초신경장애, 당뇨병성신경병증, 허리디스크, 뇌졸중 등 여러 질병의 신호
이동규 원장
이동규 수원 윌스기념병원 뇌신경센터 원장

경미한 손발저림은 자연스러운 생체반응으로 질환이라 할 수 없다. 무릎을 꿇고 있거나, 양반다리를 하고 앉거나, 손을 베고 누워있거나, 차가운 물에 손?발을 담갔거나, 운동 직후에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것들이다.

하지만 중년 이후 이유 없이 손발이 저리거나, 찌릿찌릿 얼얼한 감각이 반복해서 나타난다면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문제는 손발저림을 혈액순환장애 때문이라고 생각해 혈행 개선에만 매달리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이들은 혈액순환을 돕는 일반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열심히 먹어도 도무지 나아지지 않는다고 뒤늦게 병원을 찾아 호소한다.

이런 이유 없는 저림 증상은 대부분 신경계 장애와 연관이 있다. 뇌·척수 등을 중추신경이라고 하고 여기서 뻗어 나와 팔, 다리, 얼굴, 손끝, 발끝 등에 분포하는 신경을 말초신경이라고 한다. 말초신경 기능에 장애가 생기면 손발 저림, 찌릿하고 얼얼한 열감이 느껴진다. 손가락이나 발가락의 감각이상도 나타날 수 있다.

말초신경질환의 대표적인 예로 ‘손목터널증후군’을 들 수 있다. 새끼손가락을 제외한 모든 손가락이 저리고 시간이 지나며 타는 듯한 통증이 나타난다. 손목의 과도한 사용, 신경눌림 등 여러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손목터널증후군이 나타나면 손목 사용을 자제하고, 약물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는 당뇨병성신경병증으로 양쪽 손발이 저리거나 시리고 따끔거리는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양쪽에서 대칭적으로 발생하고, 발끝 혹은 손끝에서 시작해 저린 느낌이 점차 위로 올라가며, 밤에 통증이 악화되는 특징이 있다. 고혈당에 오래 노출된 말초신경이 장애를 일으켜서 나타난다. 당뇨병 환자의 약 15%에서 발견된다. 증상 개선을 위해 혈당 조절에 나서야 하며 약물치료도 필수적이다.

척추질환에서도 흔히 손발저림이 나타난다. 목디스크, 허리디스크로 불리는 ‘추간판탈출증’은 척추뼈 사이의 디스크가 원래 자리에서 빠져나와 신경뿌리를 압박한다. 손발저림과 함께 어깨통증, 전신 방사통 등이 동반된다.

평소에 없던 손발저림이 갑자기 발생했다면 뇌졸중과 같은 중추신경계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뇌졸중에 의한 손발저림은 말초신경질환과 달리 한쪽 팔다리에만 증상이 나타나고, 두통·어지럼증·언어장애 등 신경학적 증상도 함께 나타난다.

손발저림 증상 뒤에는 다양한 원인 질환이 숨어있을 수 있다. 같은 질환이라도 환자에 따라 증상의 양상이 판이하다. 단순히 혈액순환장애로 생각하고 순환개선제 등을 먹었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면 만성통증 등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손발저림이 느껴지면 신경전도검사나 근전도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이들 검사는 근육과 신경에서 일어나는 전기적인 활동을 측정해 신경 손상 여부를 파악하게 해준다.

이동규 수원 윌스기념병원 뇌신경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