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칼럼] 코로나19로 줄어든 회식, 허리 건강엔 희소식

김창연 대전자생한방병원 병원장
입력일 2020-04-07 07:30 수정일 2020-04-07 07:30 발행일 2020-04-0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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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대전자생한방병원 김창연 병원장
김창연 대전자생한방병원 병원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직장인들의 저녁 회식자리가 확연히 줄었다. 최근 국내의 한 취업포털이 직장인 2600여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소비행태 변화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4.6%가 가장 지출을 많이 줄인 항목으로 ‘술값 등 유흥비’를 꼽았다. 퇴근 후 사람들을 만나기보다 곧바로 집으로 향하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사회·경제적인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지만, 환자들의 건강을 돌보는 의료인으로서 직장인들의 음주량이 줄었다는 변화만큼은 환영하고 싶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음주율은 2018년 기준 60.6%다. 주 2회 이상 술자리를 갖고 회당 7잔(여성은 5잔) 이상 술을 마시는 사람의 비율을 나타내는 고위험 음주율도 14.7%에 달한다. 숙취해소제 시장이 연간 10% 이상 성장하며 지난해 시장 규모가 2500억원을 넘어섰다고 하니 우리나라 사람들의 술 사랑이 얼마나 각별한지 알 수 있다.

허나 과음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알코올은 1군 발암물질로 지정돼있을 정도로 각종 암과 성인병을 발생시키는 주범으로 손꼽힌다. 특히 지속적인 과음은 고혈압, 부정맥을 비롯한 심혈관계 질환의 직접인 원인이 된다. 보통 음주는 간을 손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회복 능력이 뛰어난 간보다는 심혈관계 질환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많다. 한의학적으로도 술은 주로 뜨겁고 습한 성질을 지녔다. 때문에 과음하게 되면 체내 나쁜 기운인 ‘습열’이 축적돼 노폐물을 원활히 배출시키지 못하고 숙취가 유발된다. 음주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경우 과다하게 쌓인 습열이 신체의 순환기능을 떨어트려 면역력 저하와 만성피로를 불러오게 된다.

술은 척추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평소에 요통이 있던 이들이라면 과음한 다음날 허리에 통증을 더 심하게 느껴졌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는 알코올이 척추 뼈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하는 추간판(디스크)에 혈액이 공급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물질이 문제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음주 후 구토나 두통 등을 유발시키고 척추 및 관절로 향하는 혈액 흐름과 영양공급을 방해해 각종 척추질환의 원인이 된다. 또한 우리 몸은 체내에 알코올이 들어오면 이를 분해하기 위해 다량의 단백질을 사용하게 된다. 이때 근육이나 인대에 공급돼야 할 단백질이 알코올 분해에 사용되면서 척추를 지탱하는 근육과 인대가 약해질 수 있다.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마시고, 다음에는 술이 술을 마시고, 나중에는 술이 사람을 마신다’고 했다. 비록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절주를 계기로, 술을 많이 마시는 법보다 건강하게 마시는 법에 대해서 고민해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김창연 대전자생한방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