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클릭 시사] 배수진(背水陣)

브릿지경제 기자
입력일 2020-03-12 14:32 수정일 2020-03-25 18:37 발행일 2020-03-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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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배수진(背水陣)’이라고 하면 대부분 죽음 혹은 패배를 각오한 마지막 항전의 의지를 떠올리곤 한다. ‘물을 등지고 구축한 진지’라는 원 뜻에 부합되는 해석이다. 하지만 이 용어가 만들어진 중국 한나라 때 명장군 ‘한신(韓信)’의 사례를 보면 다소 의미의 차이가 있다.

전국 패권을 노리던 한나라의 한신 장군이 3만의 군사로 20만 대군의 조나라를 침공했다. 조나라는 군사를 총집결시켜 정형관이라는 성 밖으로는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장기전을 펼쳐 한나라 군사들을 지치게 했다. 이에 한신은 일부러 싸움에 밀려 물러나는 척하며 병사들을 성 밖의 강을 등지고 진을 치게 했다. 후퇴하는 한나라 군사를 보며 사기가 오른 조나라는 성 문을 열고 나와 한나라 군사들을 밀어붙였다. 이 때 성 부근에 매복해 있던 한나라 군사들이 성을 점령해 버렸고, 결국 조나라 군사들은 협공을 당해 패퇴하게 된다. ‘절박해야 성공한다’는 배수진에 대한 일반적 해석과 달리, 이는 적은 수로 많은 수를 이길 수 있는 고도의 전략이었던 셈이다. 물론 그 속에는 강에 빠질 것을 겁내며 필사의 항전을 펼치도록 한, 더 냉정한 군사 전략이 숨겨져 있음은 분명하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