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와 2차전 선발로 나와 삼진 3개에 2이닝 무실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김광현이 시범 경기 2경기를 완벽하게 무실점으로 틀어막아 팀의 선발 한 축을 맡을 가능성이 크게 높였다.
김광현은 2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 로저 딘 스타디움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2이닝 동안 삼진 3개를 곁들리며 무실점 경기를 펼쳤다.
지난 23일 뉴욕 메츠와의 첫 번째 시범경기에서 1이닝 무실점 1볼넷 2탈삼진의 호투를 펼쳤던 김광현은 이날 더욱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최고 시속 151㎞로 국내에서의 구위를 되찾았고 특히 특유의 고속 슬라이더와 함께 110㎞대 커브까지 완벽하게 먹혔다. 투구 수는 29개였고, 이 중 18개가 스트라이크였을 정도로 제구력도 좋았다.
김광현은 이날 1회 초 베테랑 조너선 비야를 3루 땅볼로 처리하며 기분 좋게 시작한 후 후속 타자 브라이언 앤더슨을 풀 카운트 승부 끝에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코리 디커슨도 1루 땅볼로 잡아내며 삼자범퇴로 막았다.
2회에도 4번 타자 거포 헤수스 아길라를 공 5개에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맷 조이스는 유격수 뜬공으로, 이산 디아스는 다시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며 예정된 2이닝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김광현은 경기 후 “첫 번째 등판했을 때보다 긴장했다”면서도 “오늘 기온이 높아 야수들에게 빨리 휴식을 주고 싶었다”며 농담을 하는 등 이날 자신의 성과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
이로써 김광현은 선발 경쟁에서 한 발 앞서게 됐다. 마이크 실트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4, 5선발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경쟁을 펼치는 게 투수들에게도 좋다”라고 말했지만, 이날 김광현의 경기력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현재 세인트루이스 내 4, 5선발 경쟁은 김광현의 가세로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1~3 선발은 이미 잭 플래허티, 다코타 허드슨, 애덤 웨인라이트가 자리잡은 상태에서 4선발로 평가되던 마일스 마이컬러스가 팔꿈치 통증으로 개막 엔트리에서 빠지게 되면서 김광현과 우완 파이어볼러 카를로스 마르티네스, 그리고 존 갠트 등 불펜 투수들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시범경기 성적만 놓고 본다면 김광현은 충분히 4선발까지도 볼 수 있는 위치에 올랐다. 2경기에서 3이닝 동안 한 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고, KK라는 애칭에 걸맞게 삼진을 5개나 잡았다. 잘 알려진 그의 주무기인 슬러이더는 타자들이 알고도 치지 못할 정도로 명품 구질로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미국 진출을 겨냥해 다듬은 커브도 점점 위력을 펼치고 있다.
가장 유력한 경쟁자인 마르티네스는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1⅓이닝 4피안타 2실점 2볼넷으로 주춤했다. 아직 시범경기 성적이라 선발 결정의 최종 판단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대 이상으로 김광현의 구위가 좋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현지 전문가와 언론들도 김광현의 빅 리그 선발 가능성을 어느 때보다 높게 점치는 분위기다.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는 이날 경기 후 코멘트에서 “김광현의 공은 칠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극찬했다. 이 매체는 김광현이 시범경기 2경 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간 점을 부각시키면서 그의 선발 진입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메이저리그 칼럼니스트인 제프 존스도 자신의 트위터에 이날 김광현의 최고 구속이 시속 94마일(151㎞)로 나왔다고 전하면서 “구속의 변화가 컸다. 타자들이 치기 힘든 매우 지저분한 공을 던졌다”고 전했다.
조성준 기자 ch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