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결산] ‘미래 먹거리는 융복합’…AI·로봇에서 항공·생활용품까지

지봉철 기자
입력일 2020-01-12 11:10 수정일 2020-01-12 12:59 발행일 2020-01-1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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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2020 현대차 전시관
CES2020 현대차 전시관 (연합)

7~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20’은 미래 기술 산업의 융복합 지향점을 명확하게 보여줬다. 단순한 가전전시회 차원을 넘어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융복합 기술 트렌드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무대가 됐다는 평가다. 실제 올해 CES에서는 현대자동차가 개인용 비행체를 들고 나왔고, 가전의 대명사인 소니가 자율주행전기차를 전면에 내세우는 등 업종의 경계가 무너지는 현상이 두드러졌다.◇삼성-LG, ‘AI·로봇’ 정면대결=매년 CES의 주인공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도 빛을 발했다. 두 회사가 작년에 내놓았던 제품과 비슷한 제품들이 전시장 곳곳에 깔렸지만, 관람객이 몰린 건 여전히 이들 두 한국 기업의 전시장이었다. 삼성과 LG가 선도하고 있는 인공지능(AI) 스피커 중심의 홈 사물인터넷(IoT) 플랫폼도 이미 하나의 큰 흐름이 됐다. 다만 올해 CES를 장식한 화두 ‘모빌리티’에 밀려 가전업체의 위상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TV 제조사 가운데 8K를 내놓지 않은 곳이 없었고, 중국 최대 TV 업체 TCL은 삼성전자의 QLED TV와 마이크로 LED를 표방한 제품을 가져왔다. 삼성전자의 ‘세로 TV’도 TCL과 하이센스 등이 그대로 따라 했다. 그나마 중국 일부 업체가 내놓은 미니 LED는 새로운 이름을 달고 공개됐으나 업계에서는 LED 크기를 소폭 줄인데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전 쪽도 LG 트윈워시와 흡사한 TCL의 듀플렉스 등 유사 제품들을 전시장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중국 업체들의 발빠른 팔로업에 대해 “카피를 너무 잘하고 있다”며 “우리도 기술적 차별화를 빨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 업체들로선 기술표준 선도와 함께 초격차 전략의 필요성을 절감한 CES 행사로 평가됐다. ◇현대차, 미래 모빌리티 투자=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이번 CES에서 미래차 기술을 선보이는데 집중했다. 하늘을 날으는 플라잉카를 비롯해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CES 현장에서 선보인 첨단 기술은 자동차 혁신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들이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발표하며 글로벌 모빌리티 선도업체로 치고 나왔다. 이 자리에서 정 수석부회장은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우버와 함께 개인용 비행체(PAV)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자동차 회사가 자동차가 아닌 도심 항공기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도시 간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사람들이 상호작용하는 역동적인 인간 중심 미래도시를 모빌리티로 구현할 것”이라며 “CES는 시작점에 불과하며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통적인 전자업체인 일본 소니의 전기차 ‘비전-S’도 이번 CES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제품중 하나였다. 아직 출시 계획이 없는 콘셉트카였지만 영화, 음악,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거느린 소니가 하드웨어와 콘텐츠를 결합한 전장부품 산업에 진출할 계획임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이 밖에 SK그룹의 통합 전시관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로 만드는 미래 도시를 라스베이거스 건물 모형과 조명으로 표현했고, SK이노베이션은 자동차, 선박, 헬기까지 이어지는 모빌리티를 조형물에 비전을 담았다. 이번 CES를 참관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전시장을 둘러보니 업종 간 구분이 없어지고 기술발전 속도도 예전보다 굉장히 빨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이 과정에서 생기는 산업적 기회에 우리 기업들이 어떻게 대처해나갈지가 걱정”이라고 밝혔다.

지봉철 기자 janu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