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중동 리스크에 시세 껑충 … ‘안전자산 역할론’ 옥신각신

김상우 기자
입력일 2020-01-12 11:38 수정일 2020-01-12 12:59 발행일 2020-01-1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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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최근 미국과 이란의 전쟁 위기감 고조에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시세가 크게 치솟으면서 비트코인의 ‘디지털 골드’ 역할론이 재조명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비트코인 가격 폭등이 전통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 원유와 같이 새로운 안전자산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암호화폐 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 3일 7000달러(약 813만원) 가격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8일 이란의 이라크 미군기지 미사일 공격으로 전쟁 위기감이 크게 높아지자 한때 8400달러대(약 975만원)까지 치솟았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5월 1000만원대를 돌파한 후 하락과 등락을 반복하는 등 800만원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 관련 검색어가 증가하는 현상도 목격됐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비트코인 이란’ 키워드 검색량은 3일부터 상승곡선을 그린 후 8일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지난 7일간 4450%의 증가량을 보였다.

영국 금융 사이트 어드밴스드 파이낸셜 네트워크(ADVFN)의 CEO 클렘 체임버스는 포브스 기고를 통해 비트코인은 새로운 안전자산이라며 이란, 중국과 같이 자본 통제가 심한 국가들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역할이 더욱 커진다고 주장했다.

비트코인 제국주의 저자인 한중섭 작가는 “비트코인은 선진국에서 포트폴리오를 분산하는 대체자산으로 일부 국가의 대안적 안전자산으로 기능하고 있다”며 “만약 전 세계 자산이 동결된다면 비트코인은 디지털 골드로 그 지위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전자산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암호화폐 데이터 분석업체 코인메트릭스 자료에 따르면 금과 비트코인의 1년 기간 상관계수는 최근 시점으로 0.15를 넘지 않는 미미한 수준으로 나타난다. 즉 금과 비트코인의 상관관계가 매우 약하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글로벌 리스크가 반드시 암호화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말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험에 나서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했을 때 비트코인 가격은 오르지 않고 되레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하며 유명세에 오른 피터 쉬프 유로퍼시픽캐피탈 최고경영자는 비트코인의 안전자산 역할을 부정했다. 그는 “지정학적 위험성이 높아지면서 금과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했지만 상승 이유는 다르다”며 “투자자들이 금을 산 것은 안전자산이란 인식에서 비롯되나 비트코인은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베팅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트코인 채굴을 목적으로 네트워크에 동원된 연산력의 총합을 의미하는 ‘해시레이트’(hash rate)가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것도 이번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주된 요인이란 주장도 나온다. 비트코인 반감기를 목전에 두고 해시레이트가 크게 높아지는 상황에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비트코인 가격 상승이란 착시 효과로 나타났다는 해석이다.

한편 비트코인은 8일 최고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섰다.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12일 오전 기준 비트코인은 909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김상우 기자 ksw@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