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타격 달인’ 장효조의 통산타율 0.331 넘어설 수 있을까

김민준 기자
입력일 2020-01-01 14:19 수정일 2020-01-01 16:11 발행일 2020-01-0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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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감독님 파이팅!'<YONHAP NO-2317>
지난 달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양준혁야구재단 주최로 열린 2019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에서 이정후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키움 히어로즈의 이정후는 한국 야구의 타격 기록을 상당 부분 갈아치울 유망주로 일찌감치 기대를 모으며 각종 고졸 기록을 경신해 왔다. 어느 덧 올해 프로 4년차가 된 이정후가 불멸의 대기록인 고 장효조의 통산 타율 0.331을 넘어설 수 있을 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진다.

장효조는 역대 최고 통산타율 기록을 보유한 ‘타격의 달인’이다. 대구 삼덕초등학교에서 야구를 시작해 대구중-대구상고-한양대를 거쳐 1983년 삼성에 입단한 장효조는 데뷔 첫 해 0.369라는 경이적인 기록으로 타율 1위에 올랐다.

이후 1987년까지 매년 100개 이상의 안타를 쳐내며 4차례 타격왕에 올랐다. 1992년까지 현역에서 뛰었던 그의 역대 통산타율은 0.331다. 특히 최소 타석 1000안타(3696타석)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는 불멸의 대기록이다.

장효조는 특히 1985년부터 1987년까지 3년 연속 타격왕을 차지했다. 국내 선수로 유일하다. 83년 데뷔 타격왕 이후 한 해 걸러 85년에 0.373로 수위타자 자리를 되찾았다가 86년에 0.329로 잠시 삐끗(?) 했지만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이어 87년에 이내 0.387의 고타율로 한국 프로야구를 평정했다.

장효조에 앞서 통산 타율 0.335리 기록을 남긴 선수도 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원년에 MBC청룡의 감독 겸 선수로 뛰었던 백인천이다. 1982년에 기록한 0.412이라는 말도 안되는 타율 덕분이었다. 하지만 일본 프로야구 수위타자 출신으로 아마츄어 티를 벗어나지 못했던 한국에서 세운 기록인데다, 특히 1982년부터 1984년 3년의 기록이라 정식 통산기록으로 인정받기는 어렵다.

이정후의 현재 통산 타율은 0.338로 장효조를 능가한다. 프로야구 데뷔 첫 해인 2017년에 10년만의 순수 고졸 출신 신인왕에 등극했고, 고졸 신인 최다안타 기록도 깨트렸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소경기, 역대 최연소로 500안타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데뷔 이후 3년 연속 3할대 타율을 유지하며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왼손 교타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정후는 1988년생으로 아직 젊은데다 병역특례까지 받아 놓고 있다. 앞으로 10년 이상은 더 현역이 가능한 만큼, 장효조의 대기록에 도전할 유일한 선수로 기대를 모은다. 본인이 자유계약(FA) 신분이 되면 메이저리그 진출을 희망하고 있어, 해외 진출 시 평균 타율이 빠질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국내 기록만으로 볼 때 국내 최고 혹은 그에 근접하는 기록을 올리는 것이 불가능하지 만은 않아 보인다.

이정후, KBO 골든글러브 외야수 부문 수상<YONHAP NO-4006>
지난 달 9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9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키움 이정후가 외야수 부문 KBO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효조에 이어 현역 선수 가운데 손아섭과 김태균이 0.325 안팎으로 통산 타율 2,3위권에 자리하고 있고, 이어 김현수(0.323), 서건창(0.317), 나성범(0.315), 이대호(0.313)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이 가운데 장효조의 기록을 넘어서기에 그나마 근접한 것이 손아섭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그 역시 40세가 넘을 때 까지 매년 3할 3푼 이상을 치거나 몇 해는 3할 8푼 정도를 덤으로 쳐 주어야만 40세 전에 장효조를 넘어 설 수 있는 것으로 계산된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도전이다. 특히 지난해는 3할에도 채 못 미쳤다. 일각에서는 손아섭이 더 오래 야구를 하면서, 타율보다는 통산 최다 안타 기록에 도전하는 것이 더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선수들 가운데 김태균과 이대호 등은 나이가 적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고, 나머지 선수들은 한 시즌 4할에 가까운 타율을 올려야 장효조 기록에 근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뒤로 처지는 모양새다.

결국 현재로선 현역 가운데 이정후 외에는 장효조의 기록에 도전할 만한 선수가 눈에 띄이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이정후는 다른 것은 몰라도 아버지 이종범의 각종 타격 기록을 넘어서는 것은 확실시된다. 1994년에 이종범이 세웠던 0.393라는 엄청난 타율은 쉽지 않겠지만, 이미 통산 타율 부문에서 아버지 기록을 한참 앞서고 있다. 이종범은 의외로 통산 타율이 3할에 못 미친다. 은퇴를 미루고 오랫동안 현역을 이어온 탓에 0.297(1706경기, 6060타수 1797안타)에 그쳤다.

이정후가 이미 기록 중인 안타 수가 535개다. 매년 200개 가까운 안타를 쏟아내고 있는 현재의 페이스로 볼 때 3년 후인 2022년에 1000안타를 거뜬히 달성하고 2025년이 오기 전에 아버지의 안타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 때 까지는 FA 기준을 채우지 못하니, 부상만 없다면 충분히 달성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 기록만 이어간다면 타율은 당연히 따라갈 것이고, 장효조의 대기록도 가시권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김민준 기자 sport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