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803억 세금폭탄 … 法 없이 세금 징수 ‘암호화폐 씨말리기’

김상우 기자
입력일 2019-12-29 13:11 수정일 2019-12-29 15:58 발행일 2019-12-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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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을 상대로 803억원의 세금을 부과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 소득에 대한 과세 근거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세금을 물린 것이다. 관련 업계는 향후 전 거래소에 확대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이라 ‘적색경보’가 들어왔다는 인식이다.

빗썸홀딩스 최대주주인 비덴트는 지난 27일 기타 주요경영사항 공시를 내고 국세청이 외국인 고객 소득세 원천징수와 관련한 803억원의 세금 부과 사실을 밝혔다. 빗썸홀딩스는 빗썸 운영사인 빗썸코리아의 모회사다.

국세청은 세금 부과가 빗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암호화폐 거래 소득의 원천징수 의무라는 설명이다. 원천징수제란 소득을 지급하는 자가 소득을 얻은 사람(납세의무자)을 대신해 실제 세금을 신고하고 납부하는 제도를 말한다. 빗썸코리아는 국세청 과세가 법적 근거가 없는 조치라며 소송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암호화폐 거래 및 소득세 부과에 대한 법적 조항은 없는 상태다. 지난 8일 기획재정부가 내년도 세법개정안에 암호화폐 과세안을 마련 계획을 전한 바 있지만 구체적 가이드라인은 발표되지 않았다.

더욱이 국내 암호화폐 시장의 제도권 진입 발판이 될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 통과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당 법안은 암호화폐에 대한 법적 지위 인정이 핵심으로 과세 방안은 담고 있지 않다.

업계 일각에선 국세청의 세금 부과가 무리수임을 알면서도 우선 강행하고 보자는 심리적 측면이 깔려있단 해석이다. 실제 몇 년동안 이어진 세입예산대비 초과세수는 올해를 기점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걷힌 세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조7000억원 줄어들었다.

문재인 정부는 세수확보를 위해 대기업 쥐어짜기로 일컬어지는 ‘3000억 초과 구간’ 과세표준을 신설해 법인세 최고세율 25%를 적용했다. 그럼에도 세수부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때문에 암호화폐 거래소 대상의 세금 징수는 세수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이 아니냔 말까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17년 말 암호화폐 열풍 당시 정부는 거래소 폐쇄 발언까지 서슴지 않으면서 시장을 초토화시켰다”며 “이런 상황에 법적 근거 없이 세금 강행에 나서겠다는 건 시장을 더욱 옥죄겠다는 의미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세청이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에서 징수 명분을 찾을 것으로 보이나 법적 뒷받침이 없어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마다 거래량이 크게 줄어들어 생존 위기에 놓인 상황인지라 이번 세금 징수는 업계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중대 사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상우 기자 ksw@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