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어디로… 결국 표대결 후 분리 수순?

지봉철 기자
입력일 2019-12-29 15:56 수정일 2019-12-29 18:09 발행일 2019-12-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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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가의 갈등이 ‘남매의 난’에 이어 ‘모자의 난’으로까지 번지며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우에 따라선 내년 3월 주주총회 직전까지 우호지분 확보를 둘러싼 양측의 공방도 피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모친 집을 찾았다가 어머니 이명희 고문과 심한 말다툼을 벌이고 집안 물건을 부술 정도로 소란을 피운 것으로 전해졌다. 언쟁의 발단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최근 발표한 입장문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3일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이 “가족 공동경영의 선대 유훈을 어기고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조 회장이 선친의 뒤를 이어 그룹 총수에 앉았고, ‘물컵 갑질’의 장본인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도 사건 14개월 만에 복귀했지만 조 전 부사장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상태다. 애초 지난달 말 정기 임원 인사에서 조 전 부사장이 복귀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으나 막상 공개된 명단에 조 전 부사장의 이름은 없었다. 이후 조 회장은 자신의 측근으로 ‘물갈이’ 인사를 단행, 그룹 경영권의 주도권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조 전 부사장의 입지가 좁아졌다.

이 과정에서 이 고문이 큰 딸의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현재 이 고문은 지분 5.31%를 보유하고 있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조 회장은 어머니가 누나의 ‘공격’을 사실상 묵인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접한 후 사실 여부를 따져 물었고 감정이 격해지며 말다툼에 이어 몸싸움으로까지 번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거실에 놓인 유리병 등이 파손돼 이 고문은 가벼운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소동으로 업계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신임 안건 등을 처리할 주주총회에 즈음해 남매의 난이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극단적인 경우 창업자 조중훈 전 회장 별세 이후 ‘형제의 난’으로 계열 분리가 이뤄진 것처럼 삼 남매가 계열 나눠 갖기에 나설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실제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의 한진칼 지분은 각각 6.52%와 6.49%로 0.03%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막내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도 6.47%로 지분은 남매들간 큰 차이 없이 균등하다. 한 관계자는 “주총까지 불과 3개월가량 남은 상황에서 남매의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한 데다 모자간의 갈등까지 표출된 만큼 총수 일가 내부의 갈등이 봉합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당분간 한진가 지배구조를 둘러싼 싸움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고 조양호 회장이 생전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정점으로 하는 지배구조를 견고하게 만들어 놓은 만큼 계열회사를 분리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재계 안팎의 분석이다. 조 회장의 입장에서도 우호 지분의 이탈을 막고 외부로부터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누나와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주총 전에 누나를 경영에 복귀시키고 가족 간의 단합을 꾀하는 모양새가 유리하다. 현재 ‘강성부 펀드’(17.29%)와 반도건설(6.28%) 등 외부 주주들의 지분율이 높은 상황에서 남매간 분쟁이 지속될 경우 자칫 조 회장 일가가 경영권을 잃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봉철 기자 janu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