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사장, KT 새 CEO로 내정…12년만 첫 내부승진 (종합)

지봉철 기자
입력일 2019-12-27 18:20 수정일 2019-12-28 12:53 발행일 2019-12-27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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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회장 비서실장 출신…내년 3월 주총에서 선임
회장→사장으로 낮추기로…정관 개정 착수
‘정치자금법’ 검찰 수사 향후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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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통신기업 KT를 이끌 수장으로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이 내정됐다. 2002년 민영화가 된 KT의 최고경영자(CEO) 후보자로 내부 인사가 선정된 것은 2005년 취임한 남중수 전 KT 사장 이후 처음이다.

KT 이사회는 27일 회장후보심사위원회로부터 회장후보자 결정안을 보고받은 뒤 정기 주주총회에 차기 CEO 후보로 구 사장을 추천하는 안건을 전원합의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회장후보심사위원회는 전날 1차 관문을 통과한 9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한 바 있다. 구 후보의 임기는 2020년 3월 열릴 주주총회 선임때부터 2023년 3월까지 3년이다.

김종구 KT 이사회 의장은 “구 부문장은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민첩한 대응이 가능한 인물”이라며 “확실한 비전과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해, KT의 기업가치를 성장시킬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구 후보는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경영과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구 후보는 KT에서 경영지원총괄, 경영기획부문장,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을 지낸 내부 인사다. 국내 최대 디지털 미디어랩사인 나스미디어 인수를 주도하는 등 신사업이나 인수합병(M&A)에 대한 능력도 인정 받았다. 황창규 현 회장 취임 직후에는 황 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내 조직 내에서는 황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구 후보자는 전날 면접 과정에서 KT 이사회가 고객, 주주, KT 그룹 구성원들로부터 수렴한 의견을 반영해 제시한 요구 사항들을 수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KT는 앞으로 ‘대표이사 회장’이 아닌 ‘대표이사 사장’ 체제로 변경된다. KT 이사회는 ‘회장’이라는 직급이 국민기업인 KT에 적합하지 않다고 보고 이를 ‘사장’ 직급으로 변경하는 안을 구 부문장에게 제안했고 구 부문장은 이를 받아들였다. 급여 등 처우도 이사회가 정한 수준으로 낮춰진다.

또 CEO 임기 중,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중대한 과실 또는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사회의 사임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구 부문장이 황창규 현 회장과 함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라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김종구 의장은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한 지 1년이나 지났는데도 수사 착수가 안 되고 있고 행위 자체도 본인이 주동적으로 한 행위가 아니라고 본다”며 “종합적으로 볼 때 (검찰 수사와 관련해) 직무수행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KT 일각에서는 구 회장 선임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취임 과정에 적지 않은 진통도 예상되고 있다. 실제 KT 새노조는 이날 입장을 통해 “KT 이사회가 혁신이 아닌 적폐경영의 연속을 선택했다”며 “황창규 회장 체제와의 단절과 혁신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든다”고 밝혔다.

지봉철 기자 janu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