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스포츠 7대뉴스] 류현진 FA대박·손흥민 역대골에 '육상의 미래' 양예빈까지

김민준 기자
입력일 2019-12-24 11:17 수정일 2019-12-24 11:20 발행일 2019-12-2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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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 미투, 성추문에 호날두 노쇼 사태는 '옥의 티'
Blue Jays Ryu Baseball <YONHAP NO-2258> (AP)
류현진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 최고의 평균 자책점을 앞세운 괄목할 성적을 올렸다. 결국 FA 대박을 터트리며 토론토의 에이스로 이적하게 됐다. 연합뉴스.

올 한 해는 그 어느 때보다 스포츠 부문에서 많은 뉴스들이 있었다. 연말에 터진 류현진의 FA 대박을 비롯해 손흥민의 역대급 드리블에 이은 골, 두산의 정규리그·한국시리즈 제패, 그리고 양예빈이라는 걸출한 신인 육상선수의 발굴 등 밝은 소식도 많았다. 반면에 체육계 지도자들로부터 터져나온 미투와 폭행 사태, 호날두의 ‘노쇼’ 사태 등 어두운 뉴스들도 적지 않았다. 브릿지경제가 올해 국내 중심으로 스포츠 부문의 7대 뉴스를 종합해 소개한다.

◇ 류현진, 아시아 최초 MLB 평균자책점 1위 이정표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류현진은 사실 시즌 초만 해도 부상의 후유증을 걱정할 만큼 기대 반 우려 반 이었다. 하지만 그는 ‘코리안 몬스터’ 답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류현진은 올 시즌 아시아 투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2.32)라는 대 기록을 작성했다. 여름 한 때 위기가 오기도 했으나 특유의 뚝심으로 기여코 방어율 타이틀을 거머쥐며 FA 대박을 예고했다.

시즌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의 사이영상 투표에선 초기 한 때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었다가 아쉽게 아시아 투수 최초로 1위 표 1장(총점 88점)을 얻는 데 만족해야 했다.

류현진은 하지만 그 아쉬움을 거액의 연봉과 트레이드로 보상받았다. 4년 계약에 8000만 달러라는, 국내 투수로는 최고의 연봉으로 동부지구 토론토와 계약을 맺고 내년 시즌부터는 에이스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 손흥민 ‘드디어 차범근을 넘어 월드 클라스로 공인’ 

손흥민, 유럽축구연맹 공식잡지 표지 모델<YONHAP NO-2468>
올 시즌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는 손흥민이 유럽축구연맹(UEFA) 공식 잡지인 ‘챔피언스 저널’의 표지를 장식했다. 연합뉴스

손흥민은 이제 차범근을 넘어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축구 최고의 스타로 등극했다.

손흥민은 지난 11월 7일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에서 유럽무대 개인 통산 122호와 123호 골을 잇달아 터트려 차범근 전 감독의 통산 121골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 지난 12월 7일은 전 세계가 깜짝 놀랄 경이로운 득점을 올려 진정한 월드 클라스 임을 증명했다. 그는 이날 번리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수비수 7명을 연달아 따돌리고 70여m 폭풍 질주 끝에 올해의 골이 유력할 정도의 멋진 ‘인생골’을 기록했다. 이런 차원이 다른 맹활약 속에 손흥민은 2019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역대 아시아 선수로는 가장 높은 순위인 22위에 오르며 기염을 토했다. 다만,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고 과욕 끝에 3차례 퇴장당한 기록은 옥의 티다.

◇ 두산, 막판 대역전극 펼치며 정규리그·한국시리즈 통합 우승

프로야구 두산은 올 시즌 정규리그 마지막 날까지 손에 땀을 쥐는 순위전을 펼쳤다. 마지막 경기인 NC 다이노스전에서 박세혁의 극적인 끝내기 안타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당시 선두였던 SK에 무려 9경기 차가 뒤져 있던 것을 무서운 뒷심으로 대역전극을 펼치며 당당히 정규리그 1위를 확정 짓고 한국시리즈로 직행했다.

체력을 비축한 덕분에 키움과의 한국시리즈에서도 무서운 역전극을 연출했다. 1차전과 2차전을 끝내기 안타로 역전승하며 정규리그 최종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3경기 연속 끝내기 승리를 쟁취하는 드문 기록을 남겼다. 결국 키움에 4연승을 거두며 3년 만에 통합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우승의 1등 공신이었던 에이스 린드블럼을 메이저리그에 빼앗겼지만, 두터운 선수층을 기반으로 내년 시즌에도 활약이 기대된다.

◇ ‘메시와 동격’에서 ‘노(NO)날두’로 추락한 호날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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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는 7월 26일 친선 경기에 당초 예상과 달리 출전하지 않음으로써 한국에서 수많은 안티 팬들을 만들어 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와 함께 현존하는 ‘신계(神界)’의 축구 선수로 평가받고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에서는 더 이상 메시와 동격이 아니다. 지난 7월 26일 단 하루의 경기가 그렇게 만들어 버렸다.

유벤투스 소속이던 호날두는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올스타팀과 친선경기를 뛰기로 되어 있었다. 그를 보려고 수만명의 축구 팬들이 경기장으로 운집하고 TV 앞으로 모였다. 그러나 호날두는 선발 명단에 없었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으나 호말두는 경기가 끝날 때 까지 벤치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른바 ‘노쇼(No Show)’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팬들은 그에게 완전히 등을 돌렸다. 팬들은 그가 출전한다고 허위 과장 광고한 대행사 더페스타, 그리고 그의 출전 불가 사실을 알고도 미온적으로 대처한 한국프로축구연맹 등을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 “성적이 최고” 어두운 체육계의 만성적 미투·폭력

2019년 한 해는 유난히 체육계가 미투 폭로와 성폭력·폭행 등 어두운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메달 박스인 쇼트트랙에서 가장 먼저 터졌다.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가 심석희 선수를 미성년자 시절부터 상습적으로 성폭행 등을 가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국가대표 태릉선수촌 내 성추문 사건까지 잇달았다. 역대 최고 성적을 이어가던 쇼트트랙은 이후 연말까지 예년에 필적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슬럼프를 겪고 있다.

축구 국가대표 출신인 정종선 전 고등학교축구연맹 회장은 학부모들로부터 각종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챙기고 학부모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으로 축구협회에서 제명당했는가 하면, 문화체육관광부가 뒤늦게 민관 합동으로 스포츠혁신위원회를 만들어 합숙 훈련 폐지, 학생 선수 학습권 보장 등의 권고안을 내고 관리 감독 강화를 약속했으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였다.

◇ LPGA를 한국 독무대로 여자 골퍼들  

여자골프 고진영, LPGA 올해의 선수 수상 확정<YONHAP NO-2313>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은 올 시즌 LPGA투어 올해의 선수상을 차지하는 등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안정적인 경기력과 차분한 성격이 내년 시즌도 기대케 한다. 연합뉴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의 활약을 역대급이었다. 한국 여성 군단은 올해 32개였던 LPGA 투어에서 거의 절반인 15승을 합작하는 기염을 토했다. 2015년과 2017년에 이어 역대 LPGA 투어 한 시즌 최다승 기록과 타이였다. 홀수 해마다 최고 승수를 쌓는 기분 좋은 징크스를 이어갔다.

특히 올해는 투어 2년 차인 고진영이 압도적인 성적으로 세계 랭킹 1위에 올라 기쁨이 두배였다. 고진영은 상금과 올해의 선수, 평균 타수 등 LPGA 투어 주요 개인 기록 부문 1위를 석권해 기쁨이 두배였다. 여기에 투어 데뷔 첫 해를 치른 이정은은 범접할 수 없는 실력으로 신인상을 거머쥐며 5년 연속 한국 골퍼의 LPGA 투어 신인왕 행진을 이어갔다. 김세영도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여자 골프 사상 최고액인 150만 달러를 챙겼다.

◇ 여자 육상계의 ‘보배’ 중학생 양예빈

계룡중학교의 여자 육상선수 양예빈(15)을 대중에 처음 알린 것은 유튜브 영상이었다. 한 육상대회 트랙경기에서 긴 다리에 가냘픈 몸매의 한 여자 선수가 말도 안되는 스피드로 한참 쳐져있던 릴레이를 엎어버리는 모습에 모두 경악했다. 당장 1986년 아시안게임 3관왕 임춘애의 후계자로 거론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아직 중학생이라는 점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인정받아 ‘한국 육상의 미래’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양예빈은 겸손하다. 세계적 선수들의 그 나이 때 성적에 비해 뒤쳐지지 않는다는 얘기도 듣지만, 세계와의 격차는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주종목인 400m에서 그의 최고 기록은 55초29로, 성인을 포함해 올해 한국 여자 400m 전체 2위다. 하지만 올 시즌 18세 이하 여자 아시아랭킹으로는 아직 12위다. 그래서 그는 더 열심히 땀 흘리며 뚜벅뚜벅 전진하려 한다. 일단 내년에는 54초대 진입이 목표다. “한 해만 반짝하는 선수가 되진 않겠다”는 다짐이 예사롭지 않다.

김민준·조성준 기자 sport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