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가 사랑받는 진짜 이유는?… 선수능력 극대화 + 책임감과 애정

김민준 기자
입력일 2019-12-17 18:24 수정일 2019-12-17 19:03 발행일 2019-12-17 99면
인쇄아이콘
박항서 감독, 통영서 동계 훈련<YONHAP NO-1809>
박항서 베트남 U-23 축구대표팀 감독이 17일 오전 경남 통영시 통영체육관에서 선수들의 동계 훈련 과정을 지켜보며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베트남을 동남아시아 축구 변방의 나라에서 일약 중심국으로 끌어올린 박항서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 그가 사랑받는 이유는 단지 성적 때문일까?

본인은 “1년만 버텨보자고 했었다”고 겸손해 하지만 베트남 현지인들, 특히 그와 함께 공을 차는 선수들은 하나 같이 박항서 감독이 ‘하나의 팀’으로 선수 개개인 하나의 최대의 능력치를 끌어내는 능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박항서 감독은 2년 전인 2017년 10월 베트남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베트남 축구 역사를 완전히 새로 써가고 있다. 취임 3개월 만인 2018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 컵을 들어 올리더니 이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역대 최초로 베트남을 4강으로 끌어 올렸다. 지난해 12월에는 10년 만에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이달에는 베트남 축구 60년 만에 동남아시안게임(SEA) 정상으로 이끌었다.

박 감독은 내년 1월 태국에서 열릴 2019 AFC U-23 챔피언십 준비 차 지난 14일 거제도 통영으로 전지훈련 왔다. 박 감독은 17일 기자회견에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모두 ‘탈(脫) 동남아’를 위해 노력하며 실력이 급성장하고 있다”면서 베트남 역시 그 동안의 성과에 취하지 않고 계속 경쟁력을 키워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의 금성장 배경을 묻는 질문에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면서 “좋은 선수들과 좋은 코치들이 고생을 많이 한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그러면서도 그는 “베트남 축구를 평가절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기술적으로는 한국보다는 떨어진다”면서 뼈아픈 지적도 잃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베트남 선수들은 패배 의식에 대한 ‘헝그리 정신’이 강하다. 그라운드에서 강하게 싸우려는 전투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선수들의 투혼을 칭찬했다.

베트남 선수들의 장단점을 묻는 질문에는 “전체적인 전력은 한국이 낫다. 하지만 베트남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에게 없는 정신적인 부분이 있다”면서 자신은 그런 부분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항서 감독 '선수들과 함께 호흡'<YONHAP NO-3112>
박항서 베트남 U-23 축구대표팀 감독과 선수들이 17일 경남 통영시 통영체육관에서 동계 훈련을 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 축구대표팀에서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응우옌 꽝하이(22·하노이)도 박항서 감독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존경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베트남 A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면서 A매치 24경기에서 6골을 뽑아낸 베트남의 특급 유망주다.

꽝하이는 “박항서 감독님 밑에서 뛴 지 2년이 됐다”면서 “박 감독님이 베트남 선수들의 수준을 끌어올려 주셨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박 감독님은 선수들의 장점을 잘 파악해서 알려주신다”면서 “베트남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경기할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박항서호의 선전에 대해 “축구뿐 아니라 베트남과 한국의 관계에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 감독님이 베트남에서 좋은 결과를 많이 만들어내 한국의 이미지도 좋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항서 감독은 친한 동생인 신태용 감독이 인도네시아 대표팀을 맡을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 “신 감독이 너무 많이 재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감독은 1년 이상 쉬면 현장 감각이 떨어지는 만큼, 빨리 복귀해야 한다고 조언했었다”며 “잘 판단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곳, 자기가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근 유럽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는 손흥민에 대해선 “정말 자랑스럽고 대단한 선수”라며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봤는데, 저렇게도 골을 넣을 수가 있구나라고 감탄했다”고 전했다. 특히 “손흥민은 한국의 보물”이라면서 “베트남에서도 손흥민 이야기가 나오면 어깨를 쭉 편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민준 기자 sport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