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의에 빠진 손흥민에 동정론 '봇물'… 위로…선플…격려

김민준 기자
입력일 2019-11-04 14:19 수정일 2019-11-04 14:23 발행일 2019-11-0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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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CER-ENGLAND-EVE-TOT/REPORT <YONHAP NO-1339> (REUTERS)
손흥민의 백 태클로 에버튼의 고메스가 발목을 접질러 쓰러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손흥민. 고메스의 부상이 예상보다 큰 것으로 알려져 손흥민이 큰 마음의 부담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에버튼 선수들과 감독 조차 괴로워 하는 손흥민을 찾아와 격려하고 위로했다. 연합뉴스.

에버턴과의 경기에서 뜻하지 않은 파울로 안드레 고메스를 다치게 해 실의에 빠진 손흥민에게 국내외에서 격려와 위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손흥민이 얼마나 페어 플레이어이며, 존경받는 선수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주목할 것은 상대 팀 에버튼의 선수들까지 손흥민을 진심으로 위로했다는 점이다. 손흥민이 자칫 큰 충격에 빠져 괴로움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을 우려해, 경기 종료 후 상대편 라커 룸에 까지 찾아와 손흥민의 어깨를 두드렸다.

경기를 마친 후 에너튼의 주장 셰이머스 콜먼을 비롯한 몇 몇 선수들은 토트넘의 라커룸을 찾아 손흥민을 위로했고 덕분에 손흥민은 많이 안정을 찾았다고 한다. 백 태클 당시 고메스의 부상에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던 손흥민에게 거칠게 항의하는 에버튼 선수들도 없었다. 오히려 손흥민이 머리를 싸매고 큰 충격에 빠져있을 때, 골키퍼인 조던 픽퍼드 등 에버턴 선수들이 그를 진정시키는 모습이었다.

에버턴의 마르코 실바 감독도 “손흥민을 개인적으로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좋은 선수라는 것은 안다”면서 “나쁜 의도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도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그는 특히 “손흥민이 그런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았으니 라커룸에서 슬픔에 빠진 것”이라며 “손이 의도를 갖고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을 나도 100% 확신한다”고 말했다.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4일 오전 레바논과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원정 경기에 나설 23명의 국가대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손흥민에 대한 변함 없는 신뢰를 보였다.

벤투 감독은 이 자리에서 손흥민의 이름을 거명하면서 “내가 아는 손흥민은 절대로 악의적인 마음으로 그런 태클을 할 선수가 아니다”라고 애제자를 감쌌다. 이어 “안타깝지만 축구 경기 중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면서 “고메스가 최대한 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쾌유를 빌고 싶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은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 하는데 선수 자신도 그렇고 이와 관련된 상황에 부닥친 모든 선수가 잘 극복해서 경기에 임해야 할 것”이라면서 “우리도 최대한 손흥민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손흥민이 자칫 이번 일로 지나치게 자책감을 갖고 괴로워하다 슬럼프에 빠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벤투 감독은 그러면서도 “손흥민 만나면 대화도 하면서 격려도 하고 위로도 하겠지만 그의 경기 출전을 조절하거나 할 생각은 없다”면서“손흥민도 앞을 향해 전진하고 계속 경기와 훈련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애제자가 보다 강하게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읽힌다.

이날 손흥민의 도움으로 한 골을 기록한 팀 동료 델리 알리는 “경기가 끝났을 때도 손흥민은 라커룸에서 울고 있었다”며 손흥민의 절절히 자책하고 있음을 가장 먼저 외부에 알렸다.

그는 “경기를 마치고 라커룸에 들어갔을 때도 손흥민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큰 충격에 빠진 듯 고개도 들지 못하고 계속 울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것은 손흥민의 잘못이 아니었다”며 “손흥민은 내가 만난 가장 좋은 사람 중 한 명”이라고 감쌌다.

토트넘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역시 “손흥민이 나쁜 태클로 상대를 해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옹호했다. 이어 “퇴장까지는 적절하지 않았다”는 의견도 밝혔다. 일각에선 손흥민의 태클로 넘어진 고메스가 2차 충격으로 다리 골절을 당했는데, 손흥민에게 곧바로 레드 카드를 준 것은 심판(주심)의 지나친 판정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내 팬들도 손흥민이 상대 선수의 부상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우려하는 모습을 보인 데 대해 안타까움과 함께 격려의 댓글을 줄이어 올리고 있다. 이들은 “얼마나 손흥민이 모범적인 선수 생활을 했길래 부상당한 팀의 동료들조차 그를 위로하겠어요”, “평소 손흥민의 인간성을 보여주는 대목”,“부디 손흥민이 이번 일로 지나치게 괴로워 하지 않기를…”, “흥민 선수, 얼른 고메스 병원에 찾아가 보세요” 등의 글을 올리며 손흥민을 격려했다.

김민준 기자 sport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