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시니어] 경로당, 이젠 치유의 공간

유춘희 명예기자
입력일 2019-08-29 13:54 수정일 2019-08-30 17:03 발행일 2019-08-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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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칼럼]
유춘희
유춘희 명예기자

나는 대한노인회 서울시 경로당 광역지원센터 경로당 복지파트너이다. 강사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않고 복지파트너라 불린다. 강사라고 할 때는 왠지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가르친다는 의미가 아주 강하게 느껴지지만, 파트너라고 했을 때는 동료의식 또는 협조라는 개념이 먼저 떠오른다. 나는 경로당에 오시는 어르신들과 함께 웃고 서로 소통하고 서로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공유하여 나와 그들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하고 서로 행복을 느끼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파트너이다. 

나는 현재 네곳의 경로당을 매주 가고 있다. 이 네곳의 경로당에서 원하는 프로그램은 각각 다르다. A라는 곳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을 좋아해서 정해진 시간 내내 춤과 체조로 진행된다. 시간 내내 춤을 추다보면 온 몸에 땀투성이가 된다. 어르신들 역시 힘들어 하시면서도 쉬자는 말씀 절대 안한다. 오히려 운동을 하니 개운하다고 한다.

B라는 곳은 도착하면 테이블 위에 신문지를 깔고 풀과 가위를 꺼내두고 기다린다. 이곳은 오로지 만들기이다. 새로 시작한 경로당으로, 초기에는 네분이었는데 소문이 나서 이제는 열분 정도의 고정멤버가 모인다. C라는 곳은 그날그날 다르다. 어르신들의 몸 상태에 따라 당일 하고 싶은 것을 정한다. 만들기도 하고 게임도 하고 춤도 추고… 언제든지 경로당에서 원하는 것 무엇이든지 해야 한다. 이곳에 갈 때 나는 방물장수이다. 여러 개의 가방 안에는 그 날 팔 물건들이 무엇이든 들어있다.

D경로당은 평균 90세 이상 연로한 분들이다. 특징은 대부분 표정이 한결같다는 점이다. 나의 1주일은 경로당 수업에 임하는 준비와 연구에 바쳐져있다. 한 번은 밤새 오자미 50개를 손으로 만들어 다음 날 오자미 놀이를 하였다. 어르신들이 감탄하셨다. 그리고는 무지 고마워하셨다. 재미있어 하는 모습에 내 몸은 피로함보다 엔돌핀으로 가득찼다.

이제 경로당은 예전의 ‘화투당’이 아니다. 물론 화투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경로당이 변해가고 있으며 어르신들 마인드 자체도 변화하고 있다. 어떤 때는 꽃을 만드시다가 자신이 만든 것을 보고 어린 소녀마냥 깔깔거리시는 분들도 있다. 이 깔깔거림이 퍼져나가서 경로당은 웃음당이 된다. 이 웃음은 나의 치유제이기도 하다. 경로당에 들어서는 순간, 즉 나의 파트너 분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내 얼굴은 미소로 바뀌고 서로 함께하다보면 우리는 저절로 마음의 치유를 얻는다. 경로당은 어르신들의 정신적 치유당일 뿐 아니라 복지파트너인 나의 치유당이기도 하다. 오늘도 나는 서로 서로를 치유하는 경로당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유춘희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