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감경기,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

박종준 기자
입력일 2019-07-29 11:19 수정일 2019-07-29 17:06 발행일 2019-07-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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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BSI 80.7, 2009년 3월 이후 10년 5개월 만에 최저치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日 수출규제 악재로 불확실성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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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체감경기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다. 특히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80.7를 기록하며 2009년 3월 이후 10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하반기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함께 일본의 반도체 소재 관련 대(對)한국 수출규제 및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으로 통상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우리나라 ‘성장엔진’인 제조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탓이다. 이에 기업의 성장 정체와 수익성 하락에 따른 투자와 고용 감소로 올 경제성장률 달성에도 ‘빨간불’이 더욱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이달 16일부터 23일까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usiness Survey Index)를 조사한 결과, 8월 전망치는 80.7을 기록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는 2009년 3월(76.1)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지난 2월(81.1) 이후 올해만 두 번째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갱신했다. 7월 실적치는 84.6으로, 51개월 간 100선 아래에 머물렀다.

특히 8월 전망은 비제조업(89.1)에 비해 제조업(74.7)의 부정적 경기 전망이 크게 나타났다. BSI는 기업이 체감하는 경기동향 및 전망을 조사해 지수화한 경기판단지표로, 지수가 100을 웃돌면 향후 경기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밑돌면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긍정적으로 응답한 업체 수보다 많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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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주요 원인으로 계절적 요인 외에도 경기부진에 따른 △수요 감소 △미중 무역전쟁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한 생산 감축 우려 등을 꼽았다.

한경연은 주력산업인 중화학공업의 종합경기 전망이 71.9로 2009년 2월 이후로 가장 낮게 나타났으며, 중화학 공업의 내수(75.1) 및 수출(78.9) 전망 역시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전체 전망의 하락을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또한 여름철 휴가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 등 계절적 요인으로 전망치가 감소하는 경향을 고려하더라도 이번 8월의 전달대비 전망치 감소폭이 지난 10년 동안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제조업 부진이 ‘수출 부진→매출 하락→설비투자 감소→고용 여력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제조업이 침체될 경우 투자의욕 감소에 따른 내수부진 등의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2.4~2.5% 성장률 달성에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2분기 민간부문의 성장기여도가 마이너스로 전환된데 이어 기업의 경기전망 역시 크게 하락하면서 하반기 경제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대내외 리스크 대응과 함께 민간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한편 7월 실적은 84.6를 기록하며 전달(88.9)보다 떨어졌다. 51개월 연속 기준선 이하다. 내수(88.7), 수출(91.3), 투자(94.7), 자금(94.2), 재고(104.1), 고용(95.4), 채산성(88.0) 등 전 부문 부진했다.

박종준 기자 jjp@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