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구 없는 한국, 금리인하 뿐?

유혜진 기자
입력일 2019-07-14 14:56 수정일 2019-07-14 16:10 발행일 2019-07-1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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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부진은 수요부족 ‘구조적 문제’
기업 사기는 바닥 신용등급 줄하향
美금리인하 시 통화정책 여력 확대
그러나 부채 리스크 증대 떠안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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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연합뉴스

돌파구는 없는가. 수출부진은 우리 힘으로 회복하기 어렵다. 일본의 보호무역 가세로 더욱 힘들게 됐다. 부채 리스크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우리는 쫓아가야 한다. 더욱이 한국경기가 바닥이라 남이 내리든 말든 우리는 금리인하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의 신용등급 하락은 자금조달에 악영향을 미친다. 조달금리 상승은 제품 가격 인상 요인이다. 가격경쟁력은 떨어진다. 실적은 감소한다. 신용도가 또 하락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다.

그동안 수출 돌파구는 환율이었다. 해외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올리기 위해서다. 그러나 미국이 달러 강세를 놔두지 않는다. 7월 미국은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달러 약세 요인이다.

뿐만 아니다.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하더라도, 수출에 미치는 효과는 예전 같지 않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국제결제은행(BIS)은 2000~03년과 2016~18년 달러가 강세를 보였지만 무역규모는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신흥국의 통화가치 하락이 수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처럼 우리의 수출부진은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다. 글로벌 수요 감소에 의한 것이다. 또 달러 강세 속에서 신흥국은 무역관련 금융비용이 상승한다. 수출증대 효과를 상쇄한다. 우리 제품이 환율효과를 볼만큼 중저가 제품이 아니다는 점도 한몫한다.

금리인하는 우리가 당장 쓸 수 있는 카드다. 문제는 금융불균형 확대와 시차다. 금리인하에 따른 성장률 제고 효과가 금세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부채 리스크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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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연합뉴스

그래도 한차례 인하는 불가피하다. 시기는 이달 18일 열리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보다 8월이 유력하다. 미국이 이달말 금리 인하를 시사한 가운데 실제 인하하는지 봐야 한다. 국회의 추경 통과도 지켜봐야 한다. 그동안 한은은 추경 통과 후 금리를 인하하며 정책 조합을 이끌어냈다.

시장의 관심은 금통위가 추가 인하 가능성이다. 한은의 추가 인하 기대감을 가를 변수로는 연준의 금리 인하 폭 내지 횟수와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영향이 꼽힌다.

연준이 오는 30~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얼마나 낮출지, 회의 후 향후 금리 향방에 관해 어떤 힌트를 줄지에 따라 국내 기준금리 변화에 대한 기대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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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연합뉴스

다만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에 신중해야 한다는 시각을 유지하는 기류가 있는 점은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거시건전성 정책을 포함한 경제 구조개혁 노력 없이 통화정책만으로 추가적인 수요 진작을 시도할 경우 물가 상승과 함께 금융 불균형 누적이 또 다른 형태로 가속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 기업은 앞으로도 살얼음판을 걸을 전망이다. 정혁진 한신평 연구원은 “한국 기업 신용 등급전망이 계속해서 나쁠 수 있다”며 “미국과 중국이 무역 분쟁을 벌이고 일본까지 수출을 규제하는 등 경제 여건이 좋지 않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도 국내 경제전망을 어둡게 하는 주요 변수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숀 로치 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국내 세미나에서 “설령 한일 양국이 문제를 해결한다 해도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으로 투자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혜진 기자 langchemist@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