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자국 기업에 ‘자충수’… 장기화 가능성 낮다

양세훈 기자,정길준 기자,이정윤 기자
입력일 2019-07-01 16:27 수정일 2019-07-01 17:30 발행일 2019-07-0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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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 재고해결 기회 전망...장기화되면 韓·日 양국 기업 피해 커져
한국대상반도체소재3개품목수출규제나선일본정부
일본 정부가 반도체 제조 등에 필요한 핵심소재 등의 수출 규제에 나섰다. 사진은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 샵에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에 비친 전시품과 관람객 모습(연합)

강제징용 피자들에게 배상하라고 한 우리 법원 판결에 일본정부가 우리 수출주력 상품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을 정조준하는 보복카드를 꺼내 들면서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중단기적으로는 반도체 불황에 따른 재고 해결 기회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양국간 갈등이 장기화 될 경우 일본 의존도가 막대한 이번 규제품목으로 인해 반도체 등 수출품 생산 차질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일본 기업역시 타격이 불가피해 이번 보복조치가 장기화되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1일 삼성·SK 등 반도체 업계는 이번 일본의 보복 조치가 중단기적으로는 올해 반도체 시장이 불황이다 보니 쌓여있는 재고를 해소하기 위한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장기화되면 생산차질의 영향은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우리 기업에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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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일본이 수출 규제 목록에 올린 품목은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포토레지스트’와 ‘불화수소(에칭가스)’, 그리고 OLED 패널 제조에 활용되는 ‘플루오린폴리이미드(FPI)’다. 포토레지스트는 빛을 받아들이는 감광액으로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빛으로 웨이퍼에 회로를 입히는 노광 공정 중에 빛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웨이퍼에 바르는 역할을 한다. 에칭가스는 반도체를 세정할 때 사용 된다. 플루오린폴리이미드는 불소 처리로 열 안전성과 강도 등의 특성을 강화한 폴리이미드(PI) 필름을 말한다. 포토레지스트와 홀리이미드는 전세계 생산량 90%, 불화수소는 70%를 일본이 점유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에서도 포토리지스트와 에칭가스는 국내 업체들이 일부 생산할 수 있다고 하지만, 퀄리티 등에서 분명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또 일본의 원재료를 정제·재가공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국내 업계가 긴장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조치를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업체들의 피해도 불가피하고 미국과 중국이 간신히 봉합한 무역갈등 문제를 아베 정부가 짊어질 수 있을까에 대해서 다소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시행 기간이 장기화하지 않는다면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및 주가에 큰 악재가 되지는 않는 다는 전망이다. 현재 반도체·디스플레이는 공급 과잉 국면에 놓여 있기 때문에 제조사들은 이번 이슈를 계기로 과잉 재고를 소진하는 한편 규제로 발생한 생산 차질을 이유로 향후 일본 업체에 대한 가격 협상력도 강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더구나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이 앞으로 국내산 소재의 비중을 늘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 소재 업체들도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이란 예상이다. 
A그룹 관계자는 “중기적으로는 올해 반도체 시장이 불황이다 보니 쌓여있는 재고를 해소하기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다만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장기화되면 생산차질의 영향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본 소재업체의 직접적인 타격도 불가피하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메모리 생산설비(CAPA) 점유율이 53%에 이르는 세계 최대 소재 시장으로 현재 도시바나 샤프 등 일본 업체들은 점유율을 늘릴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이번 규제 시도는 일본의 자충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B그룹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일본이 자국기업들의 수출 신고 절차를 까다롭게 한다는 것인데, 정말 팔지 않겠다는 의도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우리나라가 수입하지 않으면 일본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양세훈·정길준·이정윤 기자 twonew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