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태광, 총수일가 사익 위해 김치·와인 계열사에 강매…고발 조치"

전혜인 기자
입력일 2019-06-17 14:58 수정일 2019-06-17 15:09 발행일 2019-06-17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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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 이호진 전 회장, 불구속상태로 3번째 2심<YONHAP NO-3333>
공정위가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혐의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19개 계열사를 모두 검찰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지난 2011년 서부지검에서 이 전 회장 모습. (연합)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태광그룹이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이호진 전 회장 및 오너 일가가 소유한 계열사가 생산하는 김치와 와인 등을 웃돈을 주고 구매하는 등 일감몰아주기 행위를 저질렀다고 적발했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17일 태광그룹의 19개 계열사가 티시스로부터 김치를 고가에 구매하고 메르뱅으로부터 대규모로 와인을 구매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약 22억원을 부과하고, 이 회장과 김기유 전 경영기획실장 및 19개 법인 전부를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태광그룹의 SI 계열사 티시스는 2013년 5월 지속적인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던 회원제 골프장 휘슬링락CC를 인수합병했다. 티시스는 총수일가 100% 소유회사로 당시 주력기업인 태광산업 주식 11.22%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에 태광그룹은 경영기획실을 중심으로 티시스의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전 계열사를 동원해 휘슬링락CC가 생산한 김치를 10KG당 18만원이라는 고가의 단가를 결정하고, 계열사별로 구매수당을 할당해 무려 512t(95억5000억원)어치 구매하도록 했다. 해당 김치는 투입재료와 생산방식, 유통방식 등을 고려하면 시중 가정용 김치 거래가격에 비해 현지히 고가로 판매됐다는 게 공정위 측 설명이다.

계열사들은 해당 김치를 회사비용으로 구매해 직원들에게 ‘급여’ 명목으로 지급했다.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등 일부 계열사들은 김치구매 비용이 회사손익에 반영되지 않도록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15년부터는 계열사 운영 온라인 쇼핑몰 내에 직원 전용 사이트를 구축, 임직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김치를 구매하도록 강요했다.

아울러 같은 시기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은 또다른 오너일가 100% 출자회사 메르뱅에서 약 46억원어치의 와인을 비교 없이 구매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은 지난 2014년 7월 소위 그룹 시너지 제고를 위해 계열사 간 내부거래 확대를 도모하면서 그 일환으로 계열사 선물 제공사안 발생 시 메르뱅 와인을 적극 활용하도록 했으며, 나아가 8월에는 임직원 명절 선물로 메르뱅 와인을 지급할 것을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들은 와인 가격 등 거래조건에 대해 메르뱅이 제시하는 가격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였으며 타 와인 유통 사업자와 비교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태광그룹은 2016년 9월 공정위의 현장조사가 시작되자 김치 생산 및 와인 거래를 중단했다.

이렇듯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약 2년 반에 걸쳐 김치와 와인 구매를 통해 총수 일가에게 제공한 이익 규모는 최소 3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의 김치 매입을 통해 휘슬링락CC에 제공된 이익은 최소 25억5000만원으로 이는 대부분 이 전 회장과 그 가족들에게 배당 등으로 지급됐다. 메르뱅 역시 와인 매입으로 7억5000만원 상당의 이익을 얻었으며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이 전 회장의 부인 등에게 현금배당과 급여 등으로 제공됐다.

공정위는 해당 거래객체인 티시스와 메르뱅 모두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 후 지배력 확대와 경영권 승계에 이용될 우려가 상당한 것으로 판단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대기업집단의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위반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태광그룹은 지난 2017년 이후 일감몰아주기 논란 해소를 위해 메르뱅과 티시스 등의 총수 일가 지분을 정리한 바 있다.

전혜인 기자 hy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