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고용 1.6% 증가할 때 인건비 6.4% 상승

박종준 기자
입력일 2019-06-13 10:29 수정일 2019-06-13 14:19 발행일 2019-06-1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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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간 국내 1000대 상장사의 인건비 상승 속도가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7년 대비 2018년 고용이 1.6% 증가할 때 인건비는 6.4%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보다 인건비 증가 속도가 4배 정도 더 앞서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CXO연구소는 ‘국내 1000대 상장사 3년간 고용과 인건비 상관관계 분석’ 조사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우선 1000대 상장사의 최근 3년간 고용 인원은 지난 2016년 129만219명이었는데 다음해에는 130만6184명으로 1.2%(1만 5965명↑) 늘었다. 지난해에는 2017년보다 1.6%(2만1199명↑) 증가한 132만7383명으로 집계됐다. 고용 증가 현황만 살펴보면 2016년 이후로 조금씩 좋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지난 2016년 1000대 기업 인건비는 85조5463억원에서 2017년 88조6153억원으로 3.6%(3조689억원↑) 뛰었다. 지난해 인건비는 94조2640억원으로 전년보다 6.4%(5조6487억원↑) 상승했다.

따라서 2017년 대비 2018년 인건비(6.4%) 상승 속도는 고용(1.6%)보다 4배 정도 빠른 것으로 분석됐다. 2016년 대비 2018년을 비교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고용이 2.9% 증가할 때 인건비는 10.2% 높아졌다. 인건비가 고용 증가 속도보다 3.5배 빨랐다. 인건비는 많이 늘었지만 더 많은 직원을 채용하기 보다는 기존 직원들에게 더 높은 급여 등을 지급하는데 쓰여진 것으로 풀이된다.

1000대 상장사에서 2017년 대비 2018년에 증가한 5조6487억원의 인건비는 연봉 5000만원을 받는 직원을 11만2000명 정도 고용할 수 있는 규모다. 이와 달리 실제 고용은 2만1000여 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인건비가 크게 늘었지만 고용 증가 재미는 크게 보지 못한 셈이다.

1000대 상장사 고용 증가 속도가 더딘 데에는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고용 영향력이 다소 부진한 요인도 한 몫 했다. 1000대 상장사 중 상위 100대 기업이 차지하는 고용 비중은 지난 2016년부터 2018년 3개년 평균 62.8%였다.

이와 달리 인건비 비중은 1000대 기업의 72.1%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보다 인건비 영향력이 10% 정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기존 100대 기업 직원에게 돌아가는 인건비는 많은 반면 고용 책임은 상대적으로 덜 지고 있다는 의미가 강하다. 이익을 많이 낸 대기업이 자사 직원들에게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가게 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고용을 늘려 경제 선순환 구조로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국가 경제 차원에서 본다면 큰 효과를 보지 못한 셈이다.

2017년 대비 2018년에 늘어난 고용 중 상당수는 1만 명 이상 직원을 채용하고 있는 이른바 ‘슈퍼 고용기업’에서 책임진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1000대 상장사 중 ‘슈퍼 고용기업’은 지난 2017년 20곳에서 2018년에는 21곳으로 한 곳 늘었다. 2018년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LG유플러스, 삼성SDI, 현대모비스가 1만명 이상 고용하는 슈퍼 고용기업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슈퍼 고용기업이 책임지는 직원 수만 해도 2017년 52만6883명에서 2018년 54만3698명으로 1만6815명 증가했다. 2017년 대비 2018년 1000대 상장사 전체 고용 증가 인원의 79.3%에 달했다.

이와 달리 1000명~1만 명 사이 고용하는 164곳 대기업은 2017년 대비 2018년에 직원을 1530명 증가시키는데 그쳤다. 1개사 당 평균 9명 정도 직원만 더 늘린 셈이다. 300명 이상 1000명 미만 고용하는 425곳 대기업도 1년 사이에 1414명 늘어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이는 300인 미만 고용 기업 390곳에서 늘린 1440명보다 더 적은 숫자다. 사실상 300명~1만명 미만 대기업이 고용 허리 역할을 제대로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종준 기자 jjp@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