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월드컵] 18세 이강인의 끝없는 '진화'… ‘막내형’ 답게 세네갈 꺾고 4강행 견인

김민준 기자
입력일 2019-06-09 09:14 수정일 2019-06-09 09:18 발행일 2019-06-0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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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후반 패널티킥 만회골<YONHAP NO-0544>
8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 한국과 세네갈전의 경기. 후반 한국 이강인이 비디오 판독(VAR)으로 얻어낸 패널티킥을 골로 연결한 뒤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왜 발렌시아 구단과 팬들이 이제 18살 밖에 되지 않은 이강인을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지 확실히 증명되었다.

가장 나이가 어른 대표팀 막내지만, 형들에게 자신감을 일깨워주며 이번 U20 월드컵을 계기로 스스로도 엄청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마침내 4강 신화를 만들어낸 한국 대표팀의 중심에는 이강인(18·발렌시아)이 있었다. 0대1로 끌려가던 세네갈 전에서 역전승의 발판이 된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시켰고, 이후 두 차례 득점에 모두 직접 어시스트를 만들어내며 20세 이하의 수준을 넘어서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팀의 막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탐의 형들이 이강인의 요청이나 의견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만큼, 어느덧 그는 팀의 중심이 되어 있었다.

이날도 이강인은 원래 페널티 키커키로 정해져 있던 조영욱에게 자신이 차고 싶다고 얘기했다. “오늘 (영욱)형에게 페널티킥을 내가 차고 싶다고 얘기했다. 형이 양보해줘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이 골로 그는 이번 대회 첫 득점을 기록했다. 이어 그는 1대 2로 다시 끌려가던 후반 53분에 정확한 코너킥으로 이지솔의 헤딩 동점 골을 도왔고, 연장 전반 조영욱의 세 번째 득점까지 기여했다. 1골 2도움의 알토란 같은 활약이었다.

4강, 신화를 넘어선 U-20 '젊은 그대'<YONHAP NO-0963>
8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 한국과 세네갈전의 경기에서 승부차기 접전 끝에 4강 진출을 확정한 U-20 대표팀 선수들이 한국 응원단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강인은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의 경기 직전에 팬들에게 애국가를 크게 불러달라고 공개 요청했다. 일본에게만은 절대로 질 수 없다는 결의를 스스로 다진 것이다. 형들 역시 크게 애국가를 따라 부르며 결의를 다졌고 결국 1대 0 승리를 일궈냈다.

팀의 가장 핵심 전력이고, 누구보다 견제를 많이 받는 위치에 있지만 그는 형들에 대한 고마움을 한번도 잊지 않았다. “제가 나중에 커서도, 다른 팀에 있어도 이 팀은 못 잊을 것이다. 이 팀으로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며 형들과의 캐미를 전했다. 오랜 해외 생활에 이젠 한국말도 어눌해진 상태지만, 한국에서 배운 예절과 정신력 만큼은 변함이 없었다.

그는 자신에 대한 칭찬과 찬사가 터질 때 마다 “좋은 형들이 있어 잘할 수 있다”, “왜 형들이 형들인지 오늘 보여준 것 같다”며 늘 팀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막내 답지 않은 배려심에, 형들은 그의 인성을 칭찬하기에 침이 마를 정도다.

이강인은 이날 승부차기 승부 도중 골키퍼 이광연에게도 승리의 기운을 불어 넣었다.

이광연은 “강인이가 승부차기에 들어가기 전에 ‘형은 할 수 있다’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당시는 우리 팀 1,2번 키커가 실축을 하는 바람에 패색이 짙어있던 상황이었다. 이광연은 “뒤지고 있었지만 막을 자신이 있었다”며 동생 강인이의 귀여운 격려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제 에콰도르와의 4강전이 남았다. 체력적으로 많이 힘든 상황이지만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있다. 에콰도르는 친선전에서 이겼던 팀이고, 특히 이강인이 골을 넣었던 상대라 더욱 기대감이 높다.

이강인은 “이제 한 경기만 더 이기면 사상 첫 결승이라는 새 역사를 쓰게 된다”면서 “목표가 쫙쫙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후회 없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해서 결승전까지 가고 싶다”고 결의를 보였다.

이관연도 “전세기를 타겠다는 꿈은 이뤘다. 이제 아직 꿈 하나(우승)가 아직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4강을 잘 준비해 반드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1983년 멕시코 대회 이후 36년 만에 ‘세계 4강’이라는 신화를 재현해 낸 정정용 감독은 한국팀의 별칭을 ‘꾸역꾸역팀’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꾸역꾸역 가는 팀이다. 쉽게 지지 않는다”는 말로 포기를 모르는 팀 칼러를 대변했다.

정 감독은 “이제 우리 선수들이 국민들과 한 약속을 어떻게 지켜야 할지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 끝까지 도전하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김민준 기자 sport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