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칼럼] ‘장시간 게임’ 마음보다 몸이 더 빨리 상한다

송영두 기자
입력일 2019-06-04 07:00 수정일 2019-06-04 07:00 발행일 2019-06-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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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분당자생한방병원 병원장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게임중독을 공식적인 질병으로 분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WHO B위원회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세계보건기구 총회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즉 게임도 술, 담배처럼 중독이 가능하다고 규정한 것이다. 이번달 총회에서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 게임 장애 등재를 논의하기로 했다. 총회에서 승인되면 2022년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WHO가 발표한 게임중독에 대한 정의는 크게 3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게임 욕구에 자기통제력을 잃고 △게임이 다른 일상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게임을 멈추지 못하는 습관이 12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게임중독이라고 봤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게임중독 질병코드 등재와 관련 첨예한 논쟁이 한창이다. 게임중독을 판단하는 기준과 과학적인 근거는 앞으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게임이 신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이미 밝혀진 부분이 명확한 편이라는 것이다. 게임을 장시간 즐기는 행동은 각종 근골격계 질환을 야기하는 충분한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매일 컴퓨터 앞에 10시간 이상 앉아 경기 준비에 매진하는 E-스포츠 프로게이머들의 경우 목, 허리, 손목 부위에 자주 부상을 입는다. 통증이 심해져 은퇴하거나 따로 보험을 드는 선수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전자기기를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사용할 때 나타나는 다양한 질환들을 통칭 ‘VDT(Visual Display Terminal, 영상단말기) 증후군’이라 부른다.

VDT 증후군의 주요 증상으로는 일자목, 추간판(디스크) 질환, 근막통증 등이 있다. 중간에 휴식 없이 목을 아래로 숙이거나 구부정한 자세가 유지되면서 몸의 중심축인 척추와 경추(목뼈)에 부담이 누적돼 각종 증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게임을 하는 내내 바삐 움직이는 손가락과 손목에도 문제가 생기기 쉽상이다. 손가락 힘줄이 손상돼 발생하는 방아쇠수지증후군이나 손목을 지나는 신경이 눌려 통증이 느껴지는 손목터널증후군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한방에서는 VDT 증후군에 추나요법을 중심으로 한 약침, 침, 한약 등의 한방통합치료를 실시한다.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직접 손으로 어긋나거나 비뚤어진 관절, 근육, 인대 위치를 바로 잡아줌으로써 각종 근골격계 질환을 개선하는데 효과적이다. 이와 함께 한약재를 정제해 추출한 약물을 경혈에 주입하는 약침치료도 염증을 없애 통증을 줄이는데 탁월하다. 근육과 인대를 강화하는 한약도 재발을 방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게임을 통해 재미와 건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바른 게임습관이 첫째다. 장시간 게임을 이어가기 보다는 게임 시간을 정하고 틈틈이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 최근 WHO 결정으로 인해 게임중독이 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그러나 게임이 과할 경우 마음보다 몸이 먼저 상하기 시작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김동우 분당자생한방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