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옥죄는 美…국내 기업 ‘양날의 검’

백유진 기자
입력일 2019-05-20 15:23 수정일 2019-05-20 15:25 발행일 2019-05-2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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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올해도 5G 기술력 과시…중국업체 5G폰 쏟아내
(연합)

미국 정부와 중국의 대표 IT기업 화웨이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국내 IT업계에도 긴장감이 번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화웨이와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비즈니스를 중단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인텔과 퀄컴 등 주요 칩 제조업체들도 정부의 추가 통보가 있기 전까지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키로 했다.

이러한 결정은 미국 정부가 화웨이와 자국 기업간 거래 제한 방침에 따른 것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기업’이 만든 통신 장비를 사용할 수 없게 하는 정보통신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후 미 상무부는 화웨이와 계열사 68개를 거래 제한 기업 리스트에 올렸다. 리스트에 올라온 기업과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허락이 필요하다.

이로써 화웨이는 차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 지메일, 유튜브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됐고 부품 수급에도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은 화웨이와 경쟁 또는 협력하는 국내 기업들에게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정적인 시장 우위를 점하는 반사이익이 기대되나 SK하이닉스, 삼성전기, LG이노텍 등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은 매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우선 삼성전자는 화웨이의 추격세를 저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화웨이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제치며 무서운 속도로 점유율 확대에 나서는 중이다. 화웨이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당분간 시장 1위를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 1분기 화웨이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보다 3.8%p 적은 17.9%다. 이는 1년 만에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한 자리 수 내로 줄인 것이다. 하지만 구글 서비스가 제한되면서 최근 시장 확장이 이뤄지고 있는 유럽시장 영업이 차질을 빚게 됐다. 전체 성장에도 드라이브가 걸릴 것이란 업계 관측이다.

삼성전자가 화웨이에 서버용, PC용, 모바일용 메모리 반도체 등을 공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출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일부 외신은 미국 정부의 화웨이 견제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부품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국내 반도체, 부품 업체들이 화웨이와 거래를 하고 있지만 비중이 크지 않아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간 화웨이가 주로 자국산이나 일본 제품을 사용한 만큼 한국 부품업체들은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화웨이향 매출 비중이 5% 미만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도 매출 비중이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미국 정부의 화웨이 압박이 지속되며 미중 통상전쟁이 확산된다면 결과적으로 IT 업계 전반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의 타격은 없겠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백유진 기자 byj@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