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칼럼] 건강한 여름나기, 준비는 봄부터 '차근차근'

윤용일 천안자생한방병원 원장
입력일 2019-05-21 07:00 수정일 2019-05-21 07:00 발행일 2019-05-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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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일 천안자생한방병원 원장

아직 5월 초순이지만 낮 시간에는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로 날씨가 더워졌다. 24절기로 따지면 입하(立夏)가 지났으니 이미 여름이 시작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유난히 더웠던 지난해 여름을 떠올려보면 모처럼 맞은 봄이 너무 짧게만 느껴진다.

작년 여름 전국은 기록적인 폭염으로 몸살을 앓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31.4일, 열대야일수는 17.7일로 관측이래 가장 길었다. 이 때문에 4500여명이 넘는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벌써부터 올해 여름도 더우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여름은 양(陽)의 기운이 넘쳐 밖으로 뻗어 나가는 계절이다. 우리 몸도 예외는 아니다. 여름이 무더울수록 체내의 양기가 몸 밖으로 나오게 된다. 흔히 여름에 ‘더위 먹었다’고 하는 증상의 경우 한방에서는 기력이 쇠해 매사 의욕이 떨어지고 온몸에 피곤함을 느끼는 ‘기허증(氣虛證)’에 속한다고 본다.

열을 열로써 다스리는 이열치열 건강법이 널리 회자되고 복날마다 삼계탕 등 성질이 따뜻한 음식을 찾는 이유도 소진한 기력을 보충하기 위함이다. 즉, 봄에 양기를 착실히 채워둬야 여름을 수월하게 지낼 수 있다. 봄의 정취를 만끽하는 것도 좋지만 무더운 여름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도록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양기를 채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잘 먹고 평소 올바른 습관을 들이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 5월의 대표적인 제철 보양식으로는 장어를 꼽을 수 있다. 장어는 이미 잘 알려진 정력의 상징으로 동의보감, 본초강목 등 한의서에 강한 양기를 지녀 오장의 기운을 돋운다 소개되고 있다. 실제로 장어는 불포화지방함량이 높은 고단백 식품으로 피로회복과 함께 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다. 장어가 출산 이후 기력이 부족해지고 몸이 냉해진 산모에게 추천되는 음식인 것도 이 때문이다.

봄나물을 섭취하는 것도 좋다. 냉이, 달래, 쑥, 취나물 등에는 각종 비타민, 무기질 등 영양소가 풍부한데다 한의학적으로 따뜻한 성질을 지니고 있어 혈액순환과 신진대사를 촉진하는데 도움을 준다.

음식뿐만 아니라 몸의 자세를 바르게 하는 것도 기혈을 원활히 순환시켜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된다.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거나 다리를 꼬는 등 자세로 인해 척추나 골반이 불균형해질 경우 몸 기혈과 혈액순환이 방해를 받아 그만큼 체내에 노폐물과 피로가 쌓이고 면역력이 떨어지게 된다. 잘못된 자세를 바르게 고치는 것은 구불구불한 도로를 직선도로로 보수하는 것과 같다고 보면 이해가 쉽다.

따라서 일과시간에는 자주 기지개를 켜 등과 가슴을 펴주고, 앉을 때는 엉덩이를 최대한 등받이 쪽으로 당기고 목을 당기는 습관을 익히면 좋다. 하루 중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 직장인, 학생들은 주기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5분 이상 걸어주는 것도 척추·관절 건강에 도움이 된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마음이 깃든다고 했다. 잘 먹고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간단한 습관이 보약보다 더 나은 효과를 내기도 한다. 이제부터라도 차근차근 건강을 챙겨 이번 여름도 기운차게 보낼 수 있도록 하자.

윤용일 천안자생한방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