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터쳐블 류현진’ 두번째 완봉승… 빅 리그 최다승·1점대 방어율 시동

김민준 기자
입력일 2019-05-08 17:56 수정일 2019-05-08 18:09 발행일 2019-05-08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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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메이저리그 데뷔 후 두번째 완봉승으로 특급 에이스임을 증명했다. 이날도 무사사구 경기를 이어가며 삼진 6개에 안타는 단 4개로 상대 타선을 꽁꽁 묶는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연합뉴스.

이 정도면 ‘언터쳐블 피쳐(untouchable pitcher)’다.

류현진이 환상적인 피칭으로 두번째 메이저리그 완봉승을 거두며 극강의 경기력을 보여 주었다. 무사사구 경기를 이어가며 삼진 6개에 안타는 단 4개로 상대 타선을 꽁꽁 묶었고 호수비에 시즌 첫 안타까지 더 할 나위 없는 활약을 펼쳤다.

류현진은 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투수로 나서 9이닝 동안 실점 없는 무결점 피칭으로 팀의 9-0 완봉승을 견인했다. 팀 다저스로도 3년 전 커쇼 이후 오랜만의 완봉승이다.

이로써 류현진은 빅 리그 데뷔 첫 시즌이었던 2013년 5월 29일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전에서 9이닝 2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 경기에 이어 두번째 완봉승을 거두었다. 특히 내셔널리그 전 구단 상대 승리라는 덤까지 챙기며 시즌 4승(1패)째를 챙겼다. 평균자책점도 2.55에서 2.03으로 뚝 떨어졌다. 메이저리그 전체 5위, 내셔널리그에서는 4위의 특급 활약이다. 다저스 내에선 물론 1위다.

특히 5회까지는 단 한 명도 출루시키지 않는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다. 6회 초 타일러 플라워에게 좌전 안타를 맞아 퍼펙트가 깨졌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했다. 6회 말 2사 1루에선 타자로 나와 상대 투수 그랜트 데이턴에게 깨끗한 우전 안타를 뽑아내는 등 만만치 않은 타력도 과시했다.

모두 93개의 공을 던진 류현진은 이날도 사사구를 한 개도 허용하지 않았다. 칼날 제구력이 극에 달하고 있는 류현진은 올 시즌 들어 이날까지 7경기에서 44⅓이닝 동안 단 2개의 볼넷 만을 허용하고 삼진은 45개나 잡아냈다. 삼진 대 볼 넷 비율이 경이롭게도 22.50에 달한다. 이날 경기로 규정 이닝을 채운 류현진은 삼진 대 볼 넷 비율 부문에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에 빛나는 워싱턴 내셔널스 맥스 시어져(9.00)를 멀리 따돌리고 이 부문 1위에 등극했다.

평소 “볼 넷을 내줄 바에는 차라리 홈런을 맞는 게 낫다”고 할 정도로 공격적인 피칭을 선호하는 류현진이지만 올 시즌 활약은 기대 이상이다. 부상에서 돌아와 시즌 초 또다시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던 선수였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을 정도다. 아무리 볼 카운트가 불리해도 도망가는 피칭 대신 절묘한 제구력으로 타자를 공략하는 바람에 타자들도 허를 내두르기 일쑤다.

Braves Dodgers Baseball <YONHAP NO-2737> (AP)
올 시즌 LA 다저스의 실질적인 에이스는 류현진이다. 클레이튼 커쇼가 류현진의 완봉승이 확정되는 순간 힘차게 끌어안으며 축하해 주고 있다. 연합뉴스.

9이닝 당 탈삼진은 9.14개(44⅓이닝, 45삼진)로 규정 이닝을 채운 메이저리그 투수 50명 가운데 중위권인 20위에 그치지만, 9이닝 당 볼넷(44⅓이닝, 2볼넷)은 0.41개로 그야말로 압도적 1위다. 2위인 맥스 시어져가 1.38개로 한찬 뒤쳐져 2위다.

류현진은 올 시즌 4월 27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경기에서 7이닝 8피안타 2실점, 5월 2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8이닝 4피안타 1실점, 그리고 이날 애틀랜타전에서도 사사구를 허용하지 않아 3경기, 24이닝 연속 무사사구 행진을 이어갔다.

현재의 페이스라면 류현진은 시즌 15승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평균 자책점도 지난해 기록했던 1.97에 버금가는 활약이 기대된다. 지난해 사타구니 부상으로 규정 이닝을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기록한 1점대 평균자책점이었기에 류현진도 올 시즌에는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는 완벽한 수치를 내놓겠다고 다짐한다.

류현진은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애틀란타 타선이 좋아 완봉승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선발투수로서 오늘은 가장 좋은 하루였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우리 팀이 기분 좋게 첫 이닝부터 점수를 내 준 덕분에 좀 더 힘있게 상대 타자들과 빠르게 대결한 것이 완봉까지 갈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 시즌 볼넷을 딱 2개만 허용한 비결을 묻는 질문에는 “볼 넷을 내보내면 분위기와 흐름이 안 좋아진다. 어릴 때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가 ‘볼넷 주지 말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날 완봉승을 함게 만들어 준 동료들에게도 진심어린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오늘 수비 도움이 없었다면 완봉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하고 특히 “투수코치가 우타자 상대 승부에 많은 도움을 줬다”며 감사해 했다.

김민준 기자 sport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