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의 배신…삼성전자, 1분기 '최악 실적'

백유진 기자
입력일 2019-04-30 09:57 수정일 2019-04-30 10:08 발행일 2019-04-3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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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영업익 반토막…디스플레이 사업 3년만에 적자 전환
삼성전자 이철준 기자 찍음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사진 = 이철준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52조3955억원, 영업익 6조2333억원을 시현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5%, 60.2% 감소한 수준이다. 특히 영업이익의 경우 전 분기에 비해 42.3% 줄어 거의 반토막 수준으로 급락했으며, 영업이익율도 11.9%로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 이하로 내려간 것은 지난 2017년 1분기 9조9000억원 이후 처음이다. 2016년 3분기에 5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한 이후 2년6개월 만의 최저치다. 사상 최고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지난해 3분기(17조5700억원)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이같은 ‘어닝쇼크’의 가장 큰 원인은 메모리와 디스플레이 패널의 수요 약세와 판가 하락이다.

부문별로 보면 1분기 반도체 사업은 매출 14조4700억원, 영업이익 4조1200억원을 기록했다. 주요 고객사의 재고 조정 영향으로 수요 약세가 지속돼 메모리 가격이 하락하며 반도체 사업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다만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AP와 모뎀 공급을 확대하고, 5G 칩셋 솔루션의 세계 최초 상용화를 통해 차기 모뎀 기술 리더십을 확보해 전 분기 대비 실적이 개선됐다.

디스플레이 패널 사업 역시 모바일 디스플레이 사업의 낮은 가동률과 판가 하락,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의 패널 판가 하락과 판매 감소로 56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분기 적자는 지난 2016년 1분기 이후 3년만이다.

세트 사업은 IT·모바일(IM)부문의 경우 매출 27조2000억원, 영업이익 2조2700억원을 기록했다. 무선 사업은 비수기에도 갤럭시 S10 판매 호조로 전 분기 대비 매출이 크게 개선됐다. 다만 중저가 시장의 경쟁 심화로 전년 동기 대비 수익성은 하락했다. 신제품 고사양화 트렌드와 플래그십 신모델 출시를 위한 브랜드 마케팅 활동, 중저가 라인업 교체를 위한 비용 발생 등의 영향으로 수익 개선에 한계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소비자가전(CE) 부문은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전 분기와 비교했을 때는 실적이 감소했으나 QLED, 초대형 등 고부가 TV 판매 확대로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개선돼 매출 10조400억원, 영업이익 5400억원을 시현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 반도체의 경우 전반적인 계절적 수요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일부 수요는 점차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 중이다. 또 모바일 이미지센서, 5G모뎀 등 시스템 반도체 수요는 견조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D램 1Y 나노 공정 전환에 주력하며 8GB이상 고용량 모바일 D램 시장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낸드는 대용량 ‘올 플래시 어레이’ 등 서버용 시장과 고용량 모바일 스토리지 비중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는 5G 모뎀과 프로세서를 통합한 차세대 원칩 5G SoC(System on Chip)개발에 주력하며 신규 거래선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더불어 EUV(Extreme Ultra Violet) 7나노 공정 기반 모바일 제품을 출하하고 EUV 생산성을 극대화한 5나노 공정 개발을 완료하는 등 파운드리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디스플레이 패널은 리지드 디스플레이 패널 수요 증대가 실적 개선에 일부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중소형 제품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한편, 대형 디스플레이는 고화질·초대형 제품 수요에 적극 대응하며 원가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2분기 IM 부문에서는 갤럭시 S10시리즈의 견조한 판매를 이어가는 동시에 갤럭시 S10 5G·A80 등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 판매를 늘리고, 중저가 제품 라인업을 재정비해 전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CE 부문은 2분기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 부재 등으로 인해 전년 동기 대비 판매 감소가 예상되나, 8K 등 신모델 본격 판매와 함께 프리미엄 TV 판매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특히 계절적 성수기인 에어컨 등 신제품 판매를 강화해 실적 성장을 추진할 방침이다.

나아가 하반기 역시 실적 개선의 여지와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공존한다는 것이 삼성전자 측 분석이다. 사측은 “하반기 부품 사업은 계절적 성수기 진입과 주요 업체들의 고사양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 등이 수요 증가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D램 1Y 나노 공정 전환 확대와 1Z 나노 양산 등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5세대 V낸드 공급을 확대해 원가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반기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은 주요 고객사들의 신제품 출시가 집중돼 플렉시블 OLED 등 수요 회복이 기대되지만, 경쟁 심화에 따른 가격 하락 압력 우려도 있다. 대형 제품은 성수기에 들어가며 프리미엄 TV 패널 수요 증가도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고객들의 신제품 출시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IT·폴더블 등 신규 응용처 확대를 통해 중소형 OLED 시장을 넓혀 나가고, 대형 제품은 초대형·UHD·8K TV 등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세트 사업은 하반기 시장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갤럭시 노트부터 A시리즈까지 가격대별 경쟁력있는 신제품을 출시해 판매 확대를 적극 추진한다. CE 부문은 뉴라이프 가전 제품과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한편 빌트인 가전, 시스템 에어컨 등 B2B 사업을 더욱 강화한다.

한편, 삼성전자 1분기 시설 투자는 4조5000억원으로 사업별로는 반도체 3조6000억원, 디스플레이 3000억원 수준이다.

삼성전자 측은 “올해 시설투자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시장 상황에 맞게 집행할 방침”이라며 “메모리 분야는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해 인프라 투자는 지속하나, 메모리 장비 관련 투자는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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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진 기자 byj@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