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투 불구 또 ‘홈런’에 운 류현진… 2017년 '22개 피홈런' 기억해야

김민준 기자
입력일 2019-04-21 18:00 수정일 2019-04-21 18:07 발행일 2019-04-2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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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데뷔 후 부상 이듬해 피홈런 부쩍 늘어
구속 떨어지는 것 대비해 비장의 무기 장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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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21일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5⅔이닝 동안 삼진 9개를 빼앗아내는 눈부신 호투를 펼치고도 홈런타자 옐리치에게 두 방의 솔로 홈런을 허용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연합)

부상에서 돌아온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퀄리티 스타트를 하고도 홈런 두 방에 분루를 삼켰다. 시즌 세번째 선발 등판에 벌써 피홈런이 5개다.

이날도 잘 던지고도 홈런에 패전투수가 됐다. 2017년에 메이저리그는 물론 국내외 통틀어 가장 많았던 한 시즌 22개 피홈런의 아픈 기억이 떠오를 정도로 올 시즌 홈런 페이스가 좋지 않다.

류현진은 21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밀러파크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5⅔이닝 동안 삼진 9개를 솎아내는 눈 부신 호투를 펼쳤다.

실점도 단 두 점에 그쳤다. 볼 넷을 하나 밖에 허용 않고 안타도 산발 6개로 선방했으나, 문제는 역시 피홈런이었다. 밀워키의 간판 홈런 타자 옐리치에게 3회와 6회에 연달아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타선이 한 점도 뽑아주지 못하는 빈공 끝에 류현진은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탈삼진에도 불구하고 패전의 멍에를 안았다. 특히 이날 경기가 박찬호(287경기), 서재응(102경기)에 이어 역대 코리안 빅리거로는 세 번째 통산 100번째 선발 등판이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컸다.

호투에도 불구하고 이날 류현진의 발목을 잡은 것은 홈런이었다. 실투 없이 오로지 상대 타자의 능력으로 빼앗긴 홈런이기에 스스로도 큰 불만은 없었다, 오히려 옐리치의 타격 능력을 높이산다며 담담한 모습까지 보였다.

류현진은 “솔직히 3회 체인지업을 잘 던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옐리치가 펜스 바깥으로 홈런을 보냈다. 그의 능력을 높게 인정해야 한다”고 칭찬했다. 6회 상황도 “이전 두 번의 대결에서 던지지 않은 커브를 초구에 던지기로 했고,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는데 옐리치가 또 홈런을 쳤다. 요즘 가장 뜨거운 타자가 옐리치라는 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단 두 방의 솔로 홈런으로 패전 투수가 되었듯이, 류현진이 앞으로 정상적인 투구를 펼치려면 무엇보다 홈런을 맞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해 졌다.

류현진은 그 동안 잘 던지다가도 느닷없이 홈런을 맞아 어려운 경기를 풀어간 적이 적지 않았다. 물론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 덕에 왠만해선 추가 대량 실점을 않았지만, 보다 확실한 승리를 위해선 홈런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류현진은 국내에서 활동할 당시 2006년 데뷔 후 2013년까지 7년 동안 모두 92개의 홈런을 맞았다. 한 시즌에 평균 13개 꼴이다. 가장 많이 홈런을 허용했던 것이 2009년으로 19개였다. 하지만 이 때도 다량 실점을 빼앗기는 홈런 보다는 단발성 홈런으로 막아내곤 했다. 덕분에 매 시즌 50점 안팎으로 실점을 잘 막아내곤 했다.

메이저 리그에 와선 류현진은 작년까지 모두 46개의 홈런을 얻어 맞았다. 2015년과 2018년을 부상으로 빼먹은 것을 감안하더라도 국내 성적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연도별로는 데뷔 첫 해인 2013년에 15개 홈런을 맞았고, 2년차인 2014년에는 8개로 확 줄였다. 부상에서 돌아와 정규 로테이션에 합류되지 못했던 2016년에는 1개의 홈런을 허용했고, 2017년에는 부상에서 회복되었지만 데뷔 후 최다인 22개의 홈런을 허용했다.

올 시즌 들어선 매 경기마다 1개씩의 홈런을 맞았고, 이날은 2개를 내줬다. 시즌 피홈런 숫자가 벌써 5개다. 아무래도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힘이 국내 타자들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이 가장 큰 차이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류현진의 공이 오승환이 그것처럼 ‘묵직함’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는데 부상 후 더욱 그렇게 된 것이 아닌지 의문을 품는 이들도 있다.

가장 문제는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더욱 진화하고 있는 반면, 류현진은 잇단 부상 속에 구속이 시속 150km를 웃돌 던 예전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예리한 코너워크와 수 싸움에서 류현진도 한 단계 진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메이저리그 강타자들은 더욱 강하고 잘 맞춘다는 사실이다. 메이저 괴물 타자들을 상대로 점수를 내 주지 않고 승리하려면, 지금보다 더욱 타자들을 괴롭힐 수 있는 비장의 무기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민준 기자 sport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