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재개봉까지 무려 30년! 근로자의 날 봐야 할 한 편의 영화 '파업전야'

이희승 기자
입력일 2019-04-17 07:00 수정일 2019-04-17 07:00 발행일 2019-04-1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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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작소] 영화 '파업전야'의 투박함이 주는 묵직한 메시지
30년 전과 다를바 없는 노동자의 삶과 주체적인 메시지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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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업전야’(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재개봉에도 ‘급’이 있다. 관객들의 요청에 여러 번 극장에 걸리는 영화도 있지만 자그마치 30년 만에 ‘정식’으로 개봉되는 영화도 있다. 오는 5월 1일 개봉을 앞둔 ‘파업전야’는 후자에 속한다. 서슬 퍼런 군부 독재기에 필름을 뺏길까 빈 릴을 걸어놓기도 했다. 한국독립영화의 대표작이기도 한 이 영화는 저임금과 착취에 시달리는 1990년대 노동자의 현실을 그린 작품이다.  

현재 한국영화계의 굵직한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이용배 계원예술대 교수와 명필름의 이은 대표 등이 20대에 만든 영화제작집단 장산곶매에서 만든 작품이다. 1990년 노동절 101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16밀리 독립 영화로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오! 꿈의 나라’에 이은 장산곶매의 두 번째 장편 영화다.  

한 금속공장을 배경으로 노동자들이 기계보다 못한 대접을 받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며 점차 의식을 깨우쳐 간다는 내용이다. 노조를 결정하면서 사측의 탄압과 폭력이 난무하고 동향과 나이 등으로 교묘하게 묶이는 한국사회의 단면을 담아낸 수작이다. 당시 공동 연출을 맡은 이은기·이재구·장동홍·장윤현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인천의 한 금속공장에서 합숙하며 촬영을 진행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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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업전야’가 오는 5월 1일 개봉한다.(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총 연출을 맡은 장동홍 감독은 15일 열린 시사회 이후 간담회에서 “당시 대학가를 돌면서 ‘도둑상영’을 했었다. ‘야만의 시대’였던 셈”이라면서 “영화는 한명의 노동자가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를 각성하기까지 과정을 그리지만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영화적 메시지를 강조했다.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파업전야’의 아우라는 남다르다. 직접 보지는 못했어도 당시 이 영화가 가진 파급력만큼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던 것. 

한국 최초의 노동영화로 전국 11개 지역에서 동시 상영됐지만 정부의 탄압은 살벌했다. 노태우 정권시절 상영장마다 경찰을 투입해 상영을 저지하고 헬기까지 동원하는 등 각종 탄압이 행해졌지만 오히려 관람 욕구를 부추겨 추정관객만 30만명에 이른다. 지금의 관객수로 환산하면 600만명에 가까운 ‘대박 흥행’인 셈이다. 

극중 주인공인 한수(김동범)는 가난으로 인해 학비가 없어 중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공장에서 일하는 인물이다. 철야와 잔업을 자처하던 스물다섯 젊은이의 꿈은 동생만큼은 넥타이를 메는 사무직을 만드는 것. 다른 공장을 다니는 여자친구와 열심히 돈을 모아 3년 후 결혼하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배경이나 설정이 시대와 맞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모양새를 달리했을 뿐 2019년의 한수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도리어 결혼을 포기하고 회사에 소속되지 못한 채 비정규직의 삶을 이어간다. 

무려 30년 전 작품이지만 ‘파업전야’에서 노조를 만들려는 사람들을 관리하는 블랙 리스트를 발견하는 신은 꽤 놀라우면서도 신랄하다. 대사에도 정확히 들어가 있는 ‘블랙리스트’를 듣는 순간 ‘파업전야’의 선구안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4K 디지털마스터링 작업을 거쳤지만 도리어 투박한 질감의 화면이 정감 간다. 마블의 세계도 심오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유리지갑으로 사는 사람이라면 단연코 봐야할 ‘파업전야’가 근로자의 날인 5월 1일 개봉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