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한진vs KCGI와 2006년 장하성펀드vs 태광 '닮은꼴'

박종준 기자
입력일 2019-02-20 11:27 수정일 2019-02-20 11:27 발행일 2019-02-2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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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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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안팎에서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한진칼이 주주행동주의 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의 ‘주주제안권 행사’에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하는 모습은 지난 2006년, 일명 ‘장하성 펀드’로 불리는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와 태광산업(대한화섬) 사이 불거졌던 지배구조를 둘러싼 갈등과 닮았다는 평가가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한진칼은 유한회사 그레이스홀딩스가 자사를 상대로 제기한 주주명부 열람 등사 가처분 신청을 서울지방법원이 허용했다고 20일 공시했다.

그레이스홀딩스는 KCGI가 만든 KCGI제1호사모투자합자회사가 최대주주인 투자목적 회사로 한진칼 지분 10.81%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KCGI는 주주제안을 통해 한진칼 등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이에 한진그룹은 지난 13일 한진칼은 사외이사를 늘려 독립성을 제고하는 한편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설치해 견제 기능을 강화하기기로 한 내용이 핵심인 ‘한진그룹 비전 2023’을 발표했다. KCGI의 요구에 화답한 것이다.

이에 대해 KCGI는 “이사회·감사기능 강화 미흡”하다며 실질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이에 이번에는 한진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나섰다. 저날 대한항공은 ‘중장기 비전 및 경영발전 방안’ 자료를 통해 “사업구조 선진화를 통한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은 재무구조 개선 의지를 내비쳤다.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부채비율을 낮추고,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재구축해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한진그룹이 KCGI의 요구에 ‘백기’를 든 것으로 풀이 된다.

이 같은 모습은 지난 2006년 일명 ‘장하성 펀드’로 불리는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가 태광산업(대한화섬)에 대해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한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 주주가 경영자의 독단적 경영을 감시하는 한편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운동이었다. 바로 ‘주주 행동주의’다. 실제로 장하성펀드는 당시 태광산업을 상대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을 개정한다는 내용을 담은 지배구조 개선안을 제안했다.

태광산업은 장하선 펀드의 요구에 불복하고 윤리경영 선포와 사외이사 선임(장하성펀드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 등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에 합의했다. 당시 대한화섬 지분 5.15%를 보유하고 있던 장하성펀드가 지분율 55%를 상회하는 오너일가와 맞서 싸워 이긴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장하성 펀드는 해당 기업의 주주명부 열람 등을 요구해 받아내는 등의 모습은 최근 KCGI의 행보와도 오버랩 되고 있다. 박종준 기자 jjp@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