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정 아나운서, 당당한 고백글에 누리꾼 ‘뭉클’…“막노동꾼 아버지 둔 딸입니다”

김지은 기자
입력일 2019-02-14 18:06 수정일 2019-02-14 18:06 발행일 2019-02-1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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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희정 전 아나운서 프로필)

아버지가 ‘막노동꾼’ 임을 당당히 고백한 임희정 전 아나운서의 글이 누리꾼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임 전 아나운서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브런치에 ‘저는 막노동하는 아버지를 둔 아나운서 딸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자신을 ‘개천에서 난 용’이라고 소개한 임 아나운서는 “1948년생 아버지는 집안 형편 때문에 국민학교(현 초등학교)도 채 다니지 못했다”며 “몸으로 하는 노동을 일찍이 어렸을 때부터 해오셨고 어른이 되자 건설현장 막노동을 시작했다. 그 일은 5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1952년생인 어머니는 국민학교를 겨우 졸업했다”며 “8남매의 장녀인 어머니는 10대의 나이에 자식 대신 동생들을 돌보는 엄마 역할을 해야 했고, 집안일과 가족들 뒷바라지를 해왔다. 삼시세끼 밥을 짓고 청소와 빨래를 하는 가사 노동. 그 또한 5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1984년생은 자신은 ‘대학원 공부’까지 마쳤다며 “사람들이 아나운서라는 내 직업만을 보고 당연히 번듯한 집안에서 잘 자람 사람, 부모의 지원도 잘 받아 성장한 아이로 여겼다”고 적었다.

그녀는 “아버지는 무슨 일을 하시냐”는 질문에 “건설 쪽 일을 하신다”고 답하면 당연히 자신의 아버지는 건설사 대표나 중책을 맡은 사람이 됐고, “부모님은 어느 대학을 나왔다”라는 물음에 대답을 하지 않아도 부모님은 ‘대졸자’가 돼 있었다고 했다.

또 “부모님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가난과 무지를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다”라며 “나는 막노동하는 아버지 아래서 잘 자란 아나운서 딸이다. 내가 개천에서 용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정직하게 노동하고 열심히 삶을 일궈낸 부모를 보고 배우며, 알게 모르게 체득된 삶에 대한 경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임 전 아나운서는 “길거리를 걷다 공사현장에서 노동하는 분들을 보면 그 자식들이 자신의 부모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해진다. 내가 했던 것처럼 부모를 감췄을까”라면서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내가 증명하고 싶다. 나와 비슷한 누군가의 생도 인정받고 위로받길 바란다. 무엇보다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우리 모두의 부모가 존중받았으면 좋겠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부모님 너무 딸이 자랑스럽겠다. 아나운서 돼서가 아닌 제대로 된 사람으로 커서”, “곱고 곧은 심성을 지니셨네요”, “솔직한 당신의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것도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원본 글 다 읽는데 눈물 참느라 혼났네요.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하기길”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임 전 아나운서는 현재 프리랜서로 라디오 DJ를 하고 있다.

김지은 기자 sooy09@viva100.com